고유정, 범행 당일 사진 3장 준비 이유는?
전문가 "고유정 사진3장준비, 수사 준비 위해"
의붓아들 의문사에 대해서는 적극적 진술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구속)이 범행 당일 사진 3장을 찍은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일 방송 예정인 MBC '실화탐사대'에서 프로파일러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고유정이 범행의 증거로 남을 수도 있음에도 범행 현장에서 3장의 사진을 찍은 이유에 대해 "치밀하지 못한게 아니라 잘 정리해 놓은 뒤 수사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 기록으로 남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지검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고씨가 지난 5월 25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모(36)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시간이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이 이러한 추정을 하게 된 배경엔 고유정의 휴대전화에 남긴 사진 3장이 있다. 고유정은 촬영 소리가 나지 않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사진을 찍었다.
검찰에 따르면 당일 오후 8시 10분에 촬영된 사진에는 범행시간을 가리키는 벽걸이 시계가 찍혔다. 같은 사진 오른쪽 하단에 강씨의 신발 등이 함께 찍혔다.
또 다른 사진에는 싱크대 위에 카레라이스를 다 먹고 난 뒤 햇반과 빈 그릇, 졸피뎀을 넣었던 분홍색 파우치가 놓여 있다.
범행 뒤 제주를 빠져나간 고씨는 5월 28일 오후 8시 54분께 완도행 여객선 5층 갑판에서 훼손된 피해자의 시신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여행용 가방을 놓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고유정은 이후 오후 9시 29분부터 43분까지 주변을 살피면서 여행용 가방에서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봉지를 꺼내 5분간 버렸다.
검찰은 고유정에게 이와 같은 사진을 찍은 이유에 관해 물었으나 진술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고유정은 남편 살해 사건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하는 반면 의붓아들 의문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정의 의붓아들 사망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관련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지 않고 성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때로는 많은 눈물을 보이며 적극적인 진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제주교도소에서 진행된 3차례의 조사에서 '억울함'을 강조하며 의붓아들 살해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남편 살해 사건에 대해 특히 검찰에서 진술을 거부한 것은 검찰 자백은 공판정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증거서류가 작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술을 안 하는 것이 유리한 전략이라 판단했을 것이고 의붓아들의 경우 이미 수사결과가 범죄가 아니라 단순질식사로 나왔다는 점, 이 과정에서 고유정이 진술을 했던 사실이 있기 때문에 이제 와서 모르쇠로 일관하면 오히려 자기모순 혹은 인지부조화의 모습을 보일수 있어 불리하기 때문에 진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검찰은 “고유정에게 자신의 행동을 기록하는 습성이 있다는 현 남편의 진술이 있다”며 해당 사진 3장을 유의미한 증거로 특정하게 됐다 설명했다.
또한, 범행 당시 고유정의 가방에서는 강씨와의 커플링이 발견되기도 했다. 전문가는 "(범행 당시 고유정이 강 씨에게) '당신과 사이에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당신을 미워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말하는 등 전 남편을 상대로 안심을 시키기 위한 도구로 (커플링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났지만 강 씨의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유족들은 "분노로 살고 있다. 일부러 정신과 치료를 못 받는다. 분노가 사라질까봐"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MBC '실화탐사대' 제작진은 "범행부터 이후 수사까지 치밀하게 준비했던 고유정,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쳐 시신 유기를 막지 못한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 풀리지 않는 의붓아들 사망 미스터리까지 '제주도 전 남편 살인사건'의 전말을 낱낱이 파헤쳤다"고 밝혔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살인과 사체손괴·은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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