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82도 견딜 수 있는 풍선을
지구 상공 20㎞ 성층권에 띄워
풍선을 전파의 징검다리로 활용
대중적으로 쓰일지는 두고봐야
[ 송형석 기자 ]
구글의 비밀 연구조직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무인차, 스마트 안경 구글 글라스 등을 만든 구글X가 내놓은 신기술 중 하나가 상용화 문턱까지 왔다. 테니스 코트 크기의 풍선을 오지 성층권에 띄워 인근 지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 룬(Project Loon)’이다.
○풍선으로 케냐에 인터넷 서비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프로젝트 룬은 케냐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공식 승인이 떨어지면 현지 통신사인 텔콤케냐와 공동으로 풍선을 띄워 인근 지역에 4세대(4G) 이동통신망을 제공할 계획이다. 로이터는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풍선을 띄우는 작업이 수주 내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로젝트 룬이 시작된 것은 2013년이다. 송신탑 설치가 어려운 사막과 산악지역, 바다 등에서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하기 위해 기획됐다. 원리는 이렇다. 풍선을 지구 상공 20㎞ 성층권에 띄우는 게 첫 단계다. 성층권은 바람이 강하지 않아 기구를 조정하는 게 용이하다. 인터넷을 쓰기 위한 신호는 지상에서 출발해 풍선으로 향한다. 릴레이를 하듯 신호가 풍선들을 오가다가 목표 상공에 있는 풍선에 다다른다. 풍선에서 지상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게 마지막 단계다. 하늘에 떠 있는 풍선들을 전파의 징검다리로 활용하는 게 핵심 아이디어다.
이 풍선은 영하 82도까지 견딜 수 있는 폴리에스터로 만들어졌다. 태양열 발전을 이용해 외부 동력의 지원 없이 200일 이상 상공에 머물 수 있다. 기구 위치는 전파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케냐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은 상당하다. 이미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기구 7대로 약 1000㎞에 이르는 지역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페루와 푸에르토리코 등에서도 자연재해로 고장 난 통신탑을 대체했다.
○소프트뱅크는 ‘드론 인터넷’ 추진
풍선을 이용한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쓰일 수 있을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비용 대비 효과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풍선 하나를 띄우는 데 수만달러의 비용이 든다. 풍선 겉면이 손상되는 구조적인 문제 탓에 5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풍선을 띄워야 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도심 인근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할지도 증명해야 한다. 기존 통신망과의 간섭 현상이 발생해 인터넷이 ‘먹통’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늘에 떠 있는 기구를 통한 인터넷 서비스에 도전하는 기업은 구글만이 아니다. 소프트뱅크는 2017년 12월 미국 무인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로바이런먼트와 드론 ‘호크30’을 개발했다. 태양광 발전으로 작동하며 한 번 이륙하면 6개월간 비행할 수 있다. 풍선 대신 드론을 썼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프로젝트 룬과 비슷하다. 현재 일조량이 풍부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시범 운영이 예정돼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풍선과 드론 대신 인공위성을 쓴다. 지구 전체를 감싸는 인공위성 1만2000대로 초고속 인터넷을 지상에 제공하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다. 1차로 60대의 인공위성이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했고, 지상과 통신에 성공했다. 스페이스X는 2024년까지 6000대의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프로젝트 룬은 최근 구글X에서 공식적으로 독립해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 계열의 별도 법인이 됐다. 기술 완성도가 상당해 신기술 실험실 성격인 구글X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법인명은 룬 LLC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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