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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사설 깊이 읽기] 수출 7개월 연속 감소, 산업구조개혁으로 돌파구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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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원순 기자 ] [사설] 산업 구조개혁 미룬 대가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3.5% 감소했다. 7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세계 교역이 위축된 가운데 반도체 수출 단가 하락이 이어진 데다 수출 2위 품목인 석유화학까지 큰 폭으로 감소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수출상황점검회의를 열어 무역금융 집중 지원 등의 대책을 논의했지만, 수출 부진을 반전시킬 근본 처방이 될지 의문이다. (…) 반도체 탓, 중국 탓으로만 돌릴 게 아니라 새로운 수출 품목을 키우지 못한 구조적인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10대 수출품목에 변화가 거의 없다. 수출 주력품목의 세대교체 실패가 대외 여건이 취약해지면서 수출 부진의 골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산업 구조개혁을 미룬 대가는 수출 부진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과 관련한 주요 소재들에 대해 신고 절차 강화 등 까다로운 규제를 들고나왔다. 핵심 소재를 일본에 의존하는 한국 산업의 약점을 겨냥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부가가치율은 선진국(30% 이상)보다 낮은 25% 수준에서 정체해 있다. 핵심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글로벌 중소기업 육성 등을 외쳐왔음에도 해외 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의 일본 소재 의존도 축소 우려를 제기했지만, 일본 정부가 이런 조치를 내놓은 것은 한국 산업구조가 그만큼 취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선진국들이 하나같이 소재·부품 강국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미·중 무역전쟁 휴전이 잠시 안도감을 주고 있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한국은 미·중 충돌 격화 시 최대 피해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어떤 타협점이 나온다고 해도 그것이 꼭 이득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중국이 대미 수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무역적자를 해소하려 들 경우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으로선 어떤 형태로든 대안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미·중 분쟁 타결을 계기로 중국의 기술발전이 다시 날개를 단다면 첨단기술 개발에 지금보다 더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 주력산업 고도화, 신산업 진입 시기를 미룰수록 그 대가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 경제가 본질적으로 안고 있는 위험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수출 부진, 일본의 보복, 미·중 갈등 등에 대해 단순히 현상의 개선만을 바라보고 있을 때가 아닌 이유다. 시간이 없다. 정부도 기업도 더 늦기 전에 비상한 각오로 산업구조 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7월 2일자>

사설 읽기 포인트
'구조개혁=감원'은 잘못된 인식
노동·고용·기업체질 개선 포함한
전반적 개혁으로 경제 회복시켜야

근래 ‘구조개혁’ ‘구조조정’이라는 말이 부쩍 자주 언급되고 있다. 한국 경제를 정상화하기 위한 다급한 과제라는 얘기다. 동시에 그만큼 어려운 것이라는 얘기도 된다. 절실하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기에 반복적으로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흔히 구조조정이라면 기업 등에서 사업구조나 조직구조를 좀 더 효과적으로 해서 기능과 효율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한계상황에 봉착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개별 기업을 넘어 특정 산업 전반에 해당될 때도 많다. 조선 구조조정, 해운 구조조정 등이 그런 맥락에서 논의됐다. 국내 최대 제조업인 자동차산업에 대한 구조조정론이 나온 지도 한참 됐다. 한때는 ‘구조조정=인력 감축’으로 단순하게 인식되면서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구조조정에는 인력 감축이 포함될 수 있다. 기업이 부도 지경에 이르거나 특정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때 먼저 거론되는 것 중에 인력 재배치가 포함될 때가 흔하다. 구조조정에 대해 오해를 하거나 꼭 필요한 구조조정을 회피하기 위한 명분으로 인력 감축만 보는 것이 문제다. 고통 분담을 거부하는 노동조합 등이 주로 내세우는 논리다. 하지만 기업이 좌초 지경에 이르면 제일 표시나게 떨어지는 것이 ‘사람값’이다. 많은 한계기업이 ‘구조조정 시장’(M&A 대상)에 나올 때 먼저 요구받는 것이 인력 감축인 것도 사실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람값(노동력)이 먼저 떨어지고, 경제가 좋아지면 사람값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곳일수록 회피심리도 비례해 강해지고, 이 문제로 인한 노사 간 및 사회적 갈등이 거세지는 것도 일반적 현상이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은 그만큼 어려운 법이기도 하다.

구조개혁은 구조조정보다 좀 더 범위를 넓게 보면 된다. 노동·고용 시장의 개혁, 기업 전반의 체질 개선, 경쟁 원리와 수요공급의 원리가 좀 더 정교하게 작용하는 시장 구축, 군살빼기와 재정지출 감축 등의 공공혁신, 가계의 소비·지출구조 변화와 부채 감축,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예산 대혁신 등 이런 것들이다. 경제 전반에 걸쳐 불합리하고 비효율적 규제를 철폐하고 경쟁 제한적인 요소를 없앤다면 총체적 구조개혁이 될 수 있다. 국회와 정당, 행정의 비효율을 전면 개혁한다면 정치부문 구조개혁이 되는 것이다.

구조개혁도 어렵다. 오히려 더 힘들다. 어디서나 기득권이 있어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마련이다. 개혁이라는 것이 결국은 이해관계의 재조정이고, 당장은 피해 보는 그룹도 있다. 이러니 필요한 구조개혁조차 회피하는 것이다. 사정이 좋을 때 구조개혁을 해야 하는데 이런 때는 절실성이 떨어지고 우선순위도 밀린다. 극일(克日)도 요란한 구호가 아니라 구조개혁으로 가능한 것이다. 중국 공격, 일본 보복에 따른 충격이 큰 것도 해야 할 구조개혁의 회피에 따른 필연적 결과일 수 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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