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서명에 참여한 국민이 50만 명을 돌파했다.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본부’가 지난해 12월 전국적인 서명운동을 개시한 지 약 7개월 만이다. 탈원전 정책 폐기를 더 늦추면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이달 2일 1300명, 3일 2300명, 4일 4800명 등 폭염 속에도 서명자 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원전산업 생태계가 급속히 붕괴하고, 에너지공기업이 줄줄이 적자로 돌아서고, 전기요금 인상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UAE 원전 정비사업 계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등 탈원전 부작용이 안팎으로 번지고 있는 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서울대 KAIST 등 전국 15개 대학 원자력공학과 학생들이 구성한 녹색원자력학생연대가 서명운동에 적극 나선 요인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산업통상자원부는 “탈원전 정책은 향후 60여 년에 걸친 초장기 계획”이라며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부작용이 탈원전과 무관하다는 억지논리로만 일관하고 있다. 에너지 주무부처가 이러는 데는 ‘청와대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탓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불행히도 대통령에게 탈원전의 출구를 빨리 찾아야 한다고 건의할 사람이 청와대에 아무도 없다는 얘기까지 들리는 판국이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사 재개 여부에 대한 공론화만 했지 탈원전 자체에 대한 공론화는 하지 않았다. 합당한 논의 과정도 없이 정책을 무책임하게 밀어붙이면 국민 다수에게 불행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일부 반핵·환경단체의 주장에만 의존해 추진한 탈원전 정책이 그런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청와대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부작용은 더욱 커질 게 뻔하다.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 오기 전에 탈원전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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