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여행상품 등 기준 제각각
피해구제 요청 3년새 25% 증가
[ 노유정/이주현 기자 ] 여름 휴가철을 맞아 펜션과 여행상품 등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숙박업소와 여행사의 환불 기준이 제각각이라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 등이 적정한 환불 기준을 권고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다.
매년 증가하는 환불 피해 사례
직장인 박모씨(29)는 지난달 인터넷을 통해 경기 광주의 펜션 한 곳을 예약했다. 펜션 입실일 기준으로 5일 전 예약했다가 예정에 없던 일정이 생겨 세 시간 만에 예약을 취소했다. 하지만 계약금이 환불되지 않았다. 펜션 규정상 예약날짜 1주일 전에는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게 펜션 측 설명이었다. 박씨는 계약금이 아까워 할 수 없이 펜션에 묵었다.
인터넷 숙박업소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환불 기준은 ‘이용일 5일 전까지는 위약금 50%, 이후 환불 불가’ ‘8일 전부터 매일 10%씩 환급률 차감’ 등 업체마다 차이가 크다. 작은 숙박업소는 아예 환불 기준조차 써놓지 않은 곳도 있다.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2017년부터 여름철마다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하고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7~8월 접수된 숙박·여행·항공 관련 피해 구제 건수는 2015년 482건에서 2016년 553건, 2017년 603건으로 증가했다. 소비자가 예약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때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경우, 예약한 숙박업소 상태가 홈페이지 사진과 다르거나 위생상태가 불량한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10일 전엔 전액 환불 가능
박씨처럼 무리한 환불 기준으로 피해를 봤다면 소비자원에 신고해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 소비자 신고가 들어오면 준사법기구인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공정위와 소비자원 권고 사항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적용해 결정을 내린다. 이 기준에 따르면 호텔, 여관, 펜션과 민박 등이 포함된 숙박업은 성수기 주말 예약을 취소할 때는 예약한 날의 10일 전까지는 전액 환불, 1주일 전까지는 숙박요금의 80%를 환불받을 수 있다. 해외여행 상품도 소비자 사정으로 취소할 때 여행 시작 한 달 전까지는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권고 사항인 만큼 숙박업소나 여행사가 소비자원의 결정을 거부하면 소비자는 예약금을 돌려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
과도한 환불 기준을 적용하는 업체들은 현행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이들 업체는 온라인 결제 시 광고와 실제 상태가 다르면 결제 취소가 가능한 전자상거래법이나, 소비자에게 과중한 손해배상을 부담시키면 약관을 무효로 하는 약관규제법 등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면 지방자치단체에 법 위반 가능성을 고지해 시정하도록 한다”며 “소비자들도 예약하기 전 약관을 꼼꼼히 확인하고, 피해를 봤다면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갖춰 소비자원 소비자상담센터에 신고하면 된다”고 당부했다.
노유정/이주현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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