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경 기자 ] 배우와 관객이 토론을 벌여 극의 결말을 정하는 연극 ‘시비노자’가 무대에 오른다. 오는 11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서울 대학로 가나의집 열림홀에서 열리는 이 연극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18세 소녀를 그린다.
김세환 안수민 김혜나 등 배심원을 맡은 배우들이 소녀의 유무죄와 형량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진정한 ‘토론’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된다. 배심원들에게 중요한 것은 소녀가 아니라 자신의 입장일 뿐이다. 진실을 찾는 것보다 각자에게 더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논리를 펴 간다. 이를 통해 극은 진실을 판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편견의 어리석음 등 현대 사회의 자화상을 담아낸다.
혼란이 절정에 달한 뒤 배심원들은 관객에게 토론을 요청한다. 이 토론의 결과에 따라 소녀의 유무죄와 형량이 결정된다. 매회 결말이 다르게 나오는 ‘관객 개방형’ 연극을 표방한다. ‘햄릿: 얼라이브’ ‘쉬어 매드니스’ 등을 무대에 올린 연극연출가 강봉훈 플레이커뮤니티 대표가 대본을 쓰고 연출했다. 2013년 서강대 메리홀에서 워크숍으로 공연된 작품을 새롭게 무대화했다.
이 작품을 제작한 히스씨어터 관계자는 “배심원들이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관객 역시 배심원이 돼 극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며 “개방형 전개로 연극 본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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