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연의 글로벌 브리핑 (38)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변동성이 클 뿐만 아니라 하방이 활짝 열려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향후 움직임은 어떻게 될까. 과매도 구간이라는 판단 아래 매수세가 유입될 것인가. 아니면 과거 한미약품 사태처럼 길고 긴 암흑기를 보낼 것인가. 실제 지난 목요일 한 투자자가 이런 주장을 했다. “단기적인 급락이니 열심히 주워가면 되겠군요.”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어림없는 소리”다. 이제 바이오주는 상당 기간 길고 긴 터널을 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쳤다. 이유를 살펴보자. 올 들어 글로벌 시장에서는 유동성 장세가 펼쳐졌다. 대형주에 불이 붙었다. 분명히 올해 큰 폭의 이익 조정이 불가피했지만 투자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2월이 되자 차익 실현 매물이 등장했고 1월 말부터 소위 ‘꿈을 꾸는 기업’이라는 바이오주가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자금은 어디서 왔을까? 역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시중을 떠돌던 유동성의 힘이 컸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유동성 장세라는 말 자체를 찾아보기 어렵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피해가 점차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다. 최근 기관투자가들의 머니마켓펀드(MMF) 매수 물량이 급증한 것은 주식시장에 머무르기보다 안정을 택하는 자금이 많았음을 입증한다. 시장에 자금이 돌지 않는 상황에서 불안 심리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배경에서 이번 바이오주 폭락이 나타났고 회복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관투자가의 자금은 신뢰를 필요로 한다. 신약 개발, 임상에 대한 기대 등으로 몸집을 불려온 몇몇 바이오 기업이 최근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테마 장세 이후 따라오는 유상증자. 참 익숙한 풍경이다. 신뢰가 붕괴된 시장에서 실적이 나오지 않는 기업들에 투자할 간 큰 기관은 많지 않다. 여기에다 ‘에이치엘비 쇼크’까지 덮치면서 바이오주로 흘러가는 자금이 경색될 공산이 크다.
어차피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올해 실적이 잘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 실적 방어를 위해 비용 절감에 나선 기업이 주목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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