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국회 '개미와 베짱이' 의안 전수 분석
▽ 10월만 되면 법안 발의 급감
▽ 보수·진보 온도차 '주택' vs '근로자'
▽ 노련한 '재선', 법안 발의 1위
▽ 중진의원도 중진의원 나름
2019년 4월 5일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고 86일째 국회가 긴 잠에 빠졌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처리에 반발해 무기한 장외 투쟁에 돌입했습니다. 어렵게 이뤄진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의 국회 정상화 합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합의안 추인 거부로 무산됐습니다.
국회가 잠자는 86일 동안 평균 507개의 잠재 의안이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20대 국회가 시작한 2016년 5월 30일부터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2019년 4월 5일까지 1041일 동안 총 6114개의 의안이 통과됐습니다. 하루 평균 5.9개 꼴입니다. 국회 파행이 86일이 지났으므로 약 507개의 의안이 처리되지 못한 셈입니다.
'국회데이터랩 시즌2 3편 - 의원별 법안발의'에 이어 '집단'별로 의안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20대 국회의원 298명을 정당·당선횟수별로 나누어 현황을 살펴봅니다. 복잡한 입법 단계 중 정체 구간은 어디인지, 정당별로 발의한 의안의 주요 키워드는 무엇인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20대 국회 2016년 5월 30일부터 2019년 6월 18일까지 1115일 동안 298명의 현역 의원이 발의한 의안을 대상으로 분석했습니다.
출처는 '국립' 데이터 소스라고 할 수 있는 공공데이터포털의 국회의원 & 의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입니다. 행정안전부에서 관리하는 데이터소스인 만큼 공신력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안 키워드 추출에는 TF-IDF 알고리즘을 사용했습니다.
공공데이터포털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의안 요약문, 발의 날짜, 본회의 처리 날짜, 본회의 표결 결과, 발의자 등 수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의안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참여연대에서 운영하는 열려라국회, 대한민국 헌정회 등 다른 출처의 정보와 결합하면 유익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세 번 발의해도
한 번 통과하기 어렵다
한 번 통과하기 어렵다
전체 2만1199개 중 계류 의안은 1만4760개, 처리 의안은 6439개입니다. 70%가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19대 국회에서 전체 1만7822개 중 폐기된 1만190개, 57.2%보다 12.8%p 큰 숫자입니다.
처리된 의안도 모두 법에 반영되는 건 아닙니다. 처리된 의안 중 '통과'됐다고 볼 수 있는 경우는 '원안가결', '수정가결', '대안반영폐기' 세 가지입니다. '원안가결'과 '수정가결'은 말 그대로 원안 그대로, 혹은 조금 수정하여 가결된 경우입니다. '대안반영폐기'는 내용은 반영하되 폐기된 의안입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또한 대안반영폐기가 "실질적으로는 가결 법률안과 차이가 없음"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처리된 6439개 의안 중 이 세 가지 경우로 가결된 의안은 모두 6114개입니다. 전체 2만1199개 중 29%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발의된 의안 중 가결되는 의안은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 셈입니다.
계류중인 의안 1만4760개 중 1만4430개, 97.8%가 소관 상임위원회에 정체되어 있습니다. 20대 국회가 끝나고 폐기되는 의안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상임위원회가 더욱 '열일'해야겠습니다.
국정감사, 선거철에 의안 발의 급감
의안 발의가 가장 저조한 때는 2017년 10월입니다. 한 달 동안 126건이 발의됐습니다. 10월 12일부터 27일까지 국정감사가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아무래도 법안을 많이 발의하기 어렵습니다.
그 다음 발의가 적은 달은 2017년 4월과 5월, 2018년 6월입니다. 2017년 4월에 251개, 5월에 288개, 2018년 6월에 266개입니다. 주요 선거가 실시된 달입니다. 2017년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2018년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됐습니다. 의원과 보좌관들이 선거에 신경쓰느라 법안 발의 성적이 저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9년 6월은 255개의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숫자가 낮아 보이지만 6월 18일까지 데이터를 수집·분석했기 때문에 국회 파행 때문에 수치가 낮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의당이 '비례대표제' 미는 이유
가장 많은 의안을 발의한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입니다. 전체 21199개의 의안 중 8619개를 발의하여 40.7%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전체 의안 중 통과된 의안의 비율인 '가결률'이 높은 편은 아닙니다.
가결률이 가장 높은 정당은 바른미래당입니다. 온건 보수 성향의 바른미래당이 절충안 성격의 법안을 많이 발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의원 2인 이상의 정당 중 가결률이 가장 낮은 정당은 정의당입니다. 총 309개의 의안 중 49개가 가결되어 15.9%의 가결률을 기록했습니다. 아무래도 개혁 성향이 강한 소수 정당인 만큼 빠르게 의안을 통과시키기 어렵습니다. 이는 의안 처리에 소요된 날짜를 살펴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의당이 발의한 의안의 평균 의안 처리 기간은 346.2일입니다. 나머지 4당이 적게는 223.5일, 많게는 253.7일 소요된 것과 대조적입니다. 다른 정당에 비해 하나의 의안을 통과시키는데 100일 가까이 더 기다려야합니다. 가결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정의당이 가결시킨 49개 의안 중 '수정가결', '원안가결'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49개 모두 '대안반영폐기'로 통과됐습니다. 즉, 다른 의안이 통과될 때 도매금으로 가결된 것입니다. 19대 대선 때 심상정 후보의 '사이다' 발언으로 정의당의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그에 준하는 영향력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의안 처리 속도를 높이고 가결 법안 수를 늘리려면 소속 의원이 많아야 합니다. 지역구 기반이 아닌 전국 정당 득표 기반의 비례대표 의원이 많아질수록 정의당을 비롯한 소수 정당에 유리합니다.
정당별 의안 단어 구름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보수·진보 온도차 드러내는
'주택' vs. '근로자'
'주택' vs. '근로자'
각 정당이 발의한 법안의 단어 구름입니다. 크기가 클수록 법안에 등장한 단어 빈도수가 높습니다. 위에서부터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순서입니다.
흔히 중도·진보 진영으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의 단어 구름에 '근로자', '교육', '여성', '차별', '장애', '지원' 단어들이 눈에 띕니다. 반면 보수 진영으로 분류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단어 구름에는 '정보', '지역', '시설', '주택', '의료', '처벌', '벌금형' 단어가 돋보입니다.
민주평화당 단어 구름에 크게 나타난 '여성', '차별', '천장', '유리' 단어는 3편에서 드러난 '자기복제'형 법안입니다. 내용은 그대로인데 적용 기관이 달라서 중복 발의된 법안들이죠. 다른 정당에도 마찬가지로 중복 법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어 구름은 단순히 빈도수를 표현한 크기이므로 법안의 중요성을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법안에 많이 포함된 단어인만큼 해당 정당에서 꾸준히 관련 법안을 발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련한 '재선', 법안 발의 1위
재선 의원 집단의 평균 발의 횟수가 80.6개로 가장 높습니다. 초선 의원보다 오히려 노하우를 습득한 재선이 높습니다. 2위인 초선 의원들은 1인당 평균 61.6개를 발의했습니다.
3위부터는 당선횟수에 반비례합니다. 3선부터 8선까지 47.8개, 43.2개, 41.3개, 26.2개, 8개, 4개 순서입니다. 당선횟수가 높아질수록 정당이나 국회에서 주요 직책을 맡는 의원이 많기 때문에 법안 발의에 신경을 못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진의원도 중진의원 나름
그렇다고 모든 중진 의원이 '베짱이'는 아닙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경기 부천시원미구을, 4선),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충북 청주시서원구, 4선), 조정식(더불어민주당, 경기 시흥시을, 4선), 주승용 (바른미래당, 전남 여수시을, 4선) 의원은 다른 의원들보다 우수한 성적을 보입니다. 의안 발의 숫자와 가결률 모두 중진의원을 대상으로 계산한 평균값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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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데이터랩 5편 예고 :) 2019년 7월 4일 국회데이터랩 시즌2 5편에서 20대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출석 데이터를 분석·공개합니다. 의원들이 발의한 의안은 제일 먼저 상임위원회에서 심의합니다. 의안을 평가하는 첫 번째 관문으로서 상임위원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계류 중인 의안 1만4760개 중 97.8%에 달하는 1만4430개가 상임위원회에 정체되어 있기도하죠. 빠른고 정확한 의안 처리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5편에서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 DJ 래빗 ?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박진우 한경닷컴 기자 dan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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