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인천공항 이용객이 주고객
금액 ㎞당 3500원 … 시간당 6만원
서울 시내~인천공항 15만원 수준
[ 박상용 기자 ]
요즘 택시업계에서 ‘벤츠 택시’가 화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형 밴 스프린터로 만든 택시다. 뛰어난 안전성과 승차감을 갖춰 공항을 이용하는 여행객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평가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벤츠 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운전기사 김정숙 씨(65·사진)를 인터뷰했다.
김씨는 50대 중반부터 택시 영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남들처럼 일반 개인택시를 운전했다. 하지만 점점 ‘고급스럽고 남다른 택시를 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경력을 쌓아 대형 택시를 운영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했다. 지난해 4월부터는 13인승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를 구매해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처음엔 비싼 운영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는 동료들의 우려가 많았다”며 “하지만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 과감하게 투자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왕이면 벤츠 타세요’라는 메시지를 앞세워 블로그를 통해 온라인 마케팅을 펼쳤다. 주요 고객은 골프장 이용객, 가족 여행객, 인천공항 이용객이다. 기업은 해외 바이어 접대나 의전용으로 스프린터를 자주 활용한다.
성인 기준 최대 4명이 탑승할 수 있는 세단 택시와 달리 최대 12명까지 탈 수 있고 골프 가방과 같은 큰 짐을 넉넉하게 실을 수 있어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김씨가 스프린터 택시를 구매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1억5000만원가량이다. 일반 승합 택시보다 2~3배 비싼 금액이다. 하지만 고객 반응은 뜨겁다. 남들과 다른 택시에서 내리면서 느끼는 만족감인 ‘하차감’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스프린터는 배우 송혜교, 지진희 씨 등 연예인들이 이용하는 차량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고(높이)가 높아 탑승객이 허리를 크게 숙이지 않고 편안하게 차에서 내릴 수 있다. 김씨는 “안락한 승차 경험을 한 고객들이 입소문을 내주면서 새로운 고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며 “공항에서 우연히 택시를 탔다가 ‘복권 탔다’며 기뻐하는 고객도 있다”고 했다.
현재 국내에서 김씨처럼 스프린터를 택시로 꾸며 운영하는 택시기사는 20여 명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김씨의 추천으로 스프린터를 구매한 택시기사가 10여 명에 달한다. 김씨는 “다른 스프린터 택시 사업자들과 자주 교류하며 지내고 있다”며 “예약이 꽉 찼을 때는 서로 새로운 예약을 넘겨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임러트럭코리아는 스프린터의 차체와 보디로 구성된 기본 차량을 독일에서 수입해 국내 보디빌더(특장업체)에 판매하고 있다. 국내 보디빌더는 이를 택시나 리무진, 캠핑카 등으로 컨버전(개조)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대형 택시 컨버전으로는 더 밴, 에스모터스, 와이즈오토 등이 있다. 지난 1월에는 풀체인지(완전 변경)된 3세대 스프린터를 국내에 출시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