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원 정치부 기자 wonderful@hankyung.com
[ 박재원 기자 ]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는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에 대해 “범죄를 통해 얻는 수익이 그로 인해 치르게 되는 비용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작년 5월 국회 내부 기습시위를 벌인 것도, 올봄 국회 앞 집회 도중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것도 그렇다. 부메랑으로 돌아올 대가에 비해 불법행위를 통해 얻을 것이 더 크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사법부는 지난 21일 이 같은 불법 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민주노총은 즉각 반발했다. 24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알리겠다”며 다음달 대대적인 총파업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을 짓밟았다”며 “문재인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한 투쟁으로 계속해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불법 시위, 폭행에 대한 사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
‘촛불 지분’을 가진 민주노총의 과격한 반응에 청와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내부에서는 “경사노위 불참 명분 등이 필요한 민주노총으로선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누구도 전면에 나서 진심을 드러내진 못했다. 불법을 눈감아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선명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말을 아끼던 청와대가 김 위원장 구속 나흘 만에 내놓은 공식입장은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법부의 결정”이라고 했다. 불법 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결정에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무척 안타깝다’는 견해를 밝힌 셈이다. 민주노총을 달래려는 의도가 깔렸지만 불과 한 달 전 “법과 원칙에 따라 노조의 불법 행위에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한 것과 사뭇 다르다. 청와대마저 불법 앞에서 득실을 따지는 모습은 노동계의 더 큰 일탈을 자초할 뿐이다. 법 앞에 계산기는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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