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꿈틀대는 부동산시장…눈여겨 볼 종목은
[ 오형주 기자 ] 부동산 시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 등 호재에 힘입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쏠릴 것이란 기대감에 서울지역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던 건설주도 반등에 성공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공급 확대로 돌아선 만큼 수혜가 기대되는 건설업체와 건축자재 등 관련 종목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3기 신도시 수혜주는 어디?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31개 건설주를 편입 중인 건설업종 지수는 이달 들어 8.08%(지난 20일 종가 기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4.39%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 건설주 랠리는 주택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6월 둘째주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가격은 전주 대비 0.01% 올랐다. 지난해 11월 초 이후 무려 30주 만의 상승 반전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란 예상이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를 우려해 기준금리를 낮추면 한국은행도 똑같이 금리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동훈 한국경제TV 파트너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를 시작으로 강북 등 인근 지역에서도 아파트값 상승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를 눈치 챈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건설주 매집에 나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림산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13일 12만원 고지에 오르는 등 2012년 이후 7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김승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선 등 기대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요인은 주택부문의 실적 호조”라며 “대림산업의 올해 주택분양 목표는 2만8000가구로 지난해(1만5000가구)의 거의 2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 기준을 변경하면서 후분양 전환에 따른 분양 연기 우려가 나오지만 대림산업 현장은 관리 대상 지역을 벗어난 곳이 많아 영향이 덜한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신학수 파트너와 안인기 파트너는 현대건설을 최우선 수혜주로 꼽았다. 신 파트너는 “현대건설은 지난달 이라크에서 3조원어치 해수공급 시설을 수주하는 등 해외사업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며 “국내 주택사업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다 북한 인프라 건설 관련 수혜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내 주택 분양물량 가운데 자체 사업 비중이 높아 매출 등 외형 확대는 물론 수익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도시 개발사업의 강자’로 불리는 HDC현대산업개발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3기 신도시 계획의 최고 수혜주는 HDC현대산업개발”이라며 “2기 신도시 공급 시점이었던 2003~2004년 전후 자체 사업을 대거 확보해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이 0.8배에서 3.5배까지 올랐던 과거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효근 파트너는 “최근 재무상태가 개선됐고 임대주택사업 등 틈새시장에서 활발히 영업하고 있는 태영건설과 코오롱글로벌, 계룡건설 등 중견 건설업체도 관심을 둘 만하다”고 추천했다.
건축자재·인테리어·리츠 등도 관심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건축자재와 인테리어 관련 종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동훈 파트너는 수혜주로 한샘을 꼽았다. 한 파트너는 “지난해 극심한 부진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지만 최근 재고 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수익성이 호전되고 있다”며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2.6% 급증하는 등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안인기 파트너는 “프리미엄 건축자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G하우시스도 주택 경기 호조세를 타고 반등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증시에 상장된 공모형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는 연 5~7%가량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 관련 자산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배당하는 간접투자상품이다. 결산 때마다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 수익 창출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리츠는 올 들어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각광받고 있다. 올 들어 지난 20일 종가 기준으로 이리츠코크렙이 27.4%, 신한알파리츠는 21.5% 올랐다. 배세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리츠시장은 규모와 인식 측면에서 해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며 “하반기 국내 최대 규모인 롯데리츠(총자산 1조6000억원) 상장이 이뤄지면 신규 매수세도 꾸준히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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