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한 사람을 극도로 적대시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에 빠진 A씨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A씨는 남자친구와 오랜 연애 끝에 최근 프러포즈를 받고 결혼을 약속했다. 천사가 따로 없을 만큼 예의도 바르고 착한 남자친구와의 미래를 떠올리면 A씨는 어느샌가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그러나 딱 한 가지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바로 남자친구가 문신한 사람에 대한 심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연애를 할 때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결혼을 앞두자 A씨는 돌연 이 부분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A씨의 남자친구는 문신한 친구와 절교까지 하는 사람이었다. A씨는 그런 남자친구의 태도를 어느 정도 이해하려고 했지만 문제는 그가 모르는 사람한테까지 적개심을 드러낸다는 것이었다.
술집에서 문신한 이들의 흉을 보다가 싸움이 벌어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길을 걷다가도 문신을 한 커플들을 보면 어김없이 뒷이야기를 했다. 그럴 때면 A씨는 "우리한테 피해준 것도 아닌데 너무 그러지 말자"라며 자제시켰지만 A씨의 남자친구는 "문신한 사람들은 90프로 이상이 불량하다"면서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남자친구는 문신을 한 A씨의 친구와는 모임도 함께 하지 않았고, 결혼식 때 그를 초대하지 말자는 제안까지 했다.
문신한 사람을 혐오하는 남자친구를 보며 A씨는 걱정이 앞섰다. 이로 인한 싸움이 잦아지면서 큰 사고가 발생할까 봐 늘 좌불안석이었다. 남자친구의 생각을 바꿔주고 싶었으나 방법을 몰라 괴로웠다. '이대로 결혼을 포기해야 하나'라는 마음까지 생겨났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남자친구 말에 어느 정도 동감하는 부분이 있음", "나도 문신한 사람은 싫지만 남자친구의 사고방식은 편협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취향일 수 있지만 그걸 수시로 드러내면 문제가 될 법 하다", "나도 결혼식에 문신한 사람이 오는 건 싫을 듯", "문신한 사람을 싫어하는 건 상관없지만 모르는 사람한테 시비 거는 건 고쳐야겠다", "선량한 사람까지 몰아세우는 것 역시 불량한 마음", "문신에 대한 편견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최근 개성이 중요시 되면서 문신 시술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하지만 문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직장인의 문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80명에게 '직장인의 문신'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9.7%가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외부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 회사 이미지가 나빠지기 때문에'라는 답변이 62.6%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사내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어서' 36.1%, '개인의 직장 생활에 지장을 줄까봐' 1.3%였다.
문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취업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17년 인사담당자 63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구직자의 문신 여부가 감점 및 탈락 요인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53.8%가 '그렇다'고 답했다.
실로 우리나라에서는 문신 시술에 대해 법으로 제재가 가해지고 있기도 하다. 국내법상 유료 문신 시술은 불법이다. 대법원이 1992년 문신 시술 행위를 의료 행위로 판단한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현행 경범죄처벌법 3조 19항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고의로 험악한 문신을 노출시켜 타인에게 혐오감을 줄 경우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다. 대한문신사중앙회 소속 문신사 700여 명은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문신사 법제화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와 국회에 문신사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부분의 문신을 비의료인들이 담당하고 있는데 관리·감독은 하지 않은 채 문신사들을 범법자로 처벌만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외쳤다.
※[와글와글]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이야기나 어이없는 갑질 등을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그중 채택해 [와글와글]에서 다룹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