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4% 찬성으로 합의안 가결
1차 합의안과 큰 차이 없지만
파업기간 임금 일부·격려금 지급
"당분간 파업 없다" 선언문도 채택
[ 도병욱/김태현 기자 ]
르노삼성자동차의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1년 만에 마무리됐다. 노조의 전면 파업과 회사의 부분 직장폐쇄 결정 등 극한으로 치달았던 노사 갈등이 일단락됐다는 평가다.
르노삼성 노조는 14일 전체 조합원 2149명을 대상으로 2차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했다. 투표자 2063명(투표율 96.0%) 가운데 1534명(74.4%)이 찬성했다. 지난달 21일 1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대거 반대표를 던졌던 영업부문에서 찬성률(84.3%)이 더 높았다.
이날 노조원 찬반투표에서 통과된 합의안은 지난달 첫 번째 잠정합의안과 비슷하다. 기본급을 동결하고, 대신 보상금을 100만원 지급한다. 성과급으로 976만원과 기본급(자기계발비 포함)의 50%를 준다. 전환배치 절차를 개선하고 업무 강도를 일부 조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새롭게 추가된 내용은 노사가 생산 안전성 확보를 위해 평화기간을 갖는다는 내용이 담긴 ‘노사 상생 공동 선언문’을 채택한 것이다.
노사는 부속합의서를 통해 파업기간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임금을 받지 못한 노조원에게 임금의 일부를 보전해주기로 했다. 이 때문에 노조 집행부의 파업 지침을 거부하고 출근한 조합원과 비노조원 일부가 반발하기도 했다. 노사는 오는 24일 부산공장에서 임단협 조인식을 열 계획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임단협 찬반투표가 가결되면서 르노삼성이 수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산량 절반(약 10만 대)은 수출 전용 물량인데, 오는 9월 기존 물량(닛산 로그) 계약이 종료된다. 르노삼성은 올해 초부터 프랑스 르노 본사와 후속 물량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본사는 이를 거부했다. 노사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수출 물량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내수 시장에서도 회복세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르노삼성은 올 1~5월 한국 시장에서 2만8942대의 차량을 파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14.4% 줄었다. 올 들어 노사 갈등이 격해지자 소비자들이 외면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르노삼성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사실이다. 르노삼성은 조만간 르노 본사와 수출 물량을 배정받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인데, 로그만큼 잘 팔릴 만한 차를 받아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르노그룹의 제조와 공급을 총괄하는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이 당초 제시한 데드라인(3월 8일)은 이미 넘긴 상황이다. 모조스 부회장은 지난 2월 부산공장을 찾아 “3월 8일까지 임단협 협상을 매듭짓지 않으면 신차 배정을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로그 수탁 생산계약이 끝나는 9월부터 최소 6개월의 공백기간은 피할 수 없는 상태다. 올해 초부터 후속 수출 차종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으면 물량 공백이 최소화됐겠지만, 임단협이 늦어지면서 후속 수출 모델 생산 시점도 늦춰졌다. 9월 이후 부산공장 생산량이 반토막 난다는 의미다.
이번 임단협 논의과정에서 불거진 ‘노노 갈등’도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노조원들은 비조합원과 파업 불참자를 향해 “배신자”라고 손가락질하고, 비조합원과 파업 불참자들은 “강성 노조원에게만 유리한 협상으로 마무리됐다”고 호소하는 형국이다.
도병욱/부산=김태현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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