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영학회·한경 공동 주최
대한경영학회 춘계학술대회
美·中 사이 선택 강요받는 기업들
최저임금·주52시간 보완책 내놔야
[ 김익환 기자 ]
14일 열린 국내 최대 경영학 학술대회에선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 악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양국 사이의 방관자적인 태도를 버리고 수출다변화 전략 등을 신속히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중소·영세기업에 직격탄을 날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한 보완책으로 업종·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경영학회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 공동으로 서울 신림동 서울대 경영대학 SK관에서 ‘초경쟁시대의 경영전략’을 주제로 2019년도 춘계학술대회를 열었다. 20개 학술 세션에서 2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강철승 한국수산정책포럼 대표(전 중앙대 교수)는 ‘미·중 무역분쟁 시대의 글로벌 경영전략’ 세션의 주제 발표를 통해 우리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대미·대중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40%에 육박하는 한국이 무역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은 중국과 미국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들 기업의 실적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한·미 동맹을 거론하며 “반(反)화웨이 기조에 동참하라”고 요구했고, 비슷한 시기에 중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불러 ‘반화웨이’에 협조하지 말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강 교수는 “정부가 뒤늦게 대응 조직을 만들 채비지만 무역분쟁의 유탄을 맞은 기업과 수출정책에 대한 고민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무역분쟁 대응을 방관하지 말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기업들이 미·중 무역분쟁에서 활로를 찾는 길은 수출시장 다변화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독립국가연합(CIS) 몽골 폴란드 등 신북방은 물론 인도 태국 베트남 등 신남방 지역 수출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정부와 함께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현 포스코 지적재산그룹 과장은 ‘4차 산업혁명과 기술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지원사업’이란 논문에서 “돈줄이 마르면서 ‘데스밸리(죽음의 계곡)’에 직면한 창업 3~7년차 스타트업에 대한 정책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2016년 기준으로 정부 창업지원사업 예산의 78%가량이 예비창업자와 창업 후 1~3년 스타트업에 집중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창업 3~7년차 스타트업 1000곳에 840억원을 지원했는데 데스밸리 스타트업 한 곳당 1억원도 안되는 금액을 지원한 꼴”이라며 “이들 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인 9억5000만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타트업 투자자들의 양도세를 깎아주거나 소득공제 때 투자액만큼 세액공제를 해주는 방식을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기업의 대응방안’ 세션에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악화됐다는 학계의 실증분석이 쏟아졌다. 김수욱 대한경영학회장(서울대 교수)은 “최저임금 인상을 되돌릴 수 없는 노릇인 만큼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영태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분석팀장은 “업종마다 경영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취약업종 등에는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경영학회는 1988년 창립해 전국 대학 및 전문연구기관의 경영학 분야 전문가 5000여 명을 회원으로 둔 한국 최대 규모의 경영학회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