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중국산 자동차 부품을 국산으로 속여 국내외에서 유통해 온 일당을 붙잡았다.
관세청 대구본부세관은 중국산 자동차 부품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유통한 A사 등 3개 업체를 대외무역법 및 관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13일 발표했다.
A사 등은 2014년 7월부터 최근까지 325억원 어치에 달하는 중국산 자동차 부품 626만점을 수입해 원산지를 국산으로 위조한 후 유통한 혐의다. 이들은 원산지 표시 없이 수입된 중국산 부품에 ‘한국산(MADE IN KOREA)’ 표시를 각인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국산으로 뒤바뀐 중국산 부품은 서울 장안동 등 국내 자동차 부품시장과 중동, 동남아시아, 남미 등지에 수출됐다. A사 등은 이런 가짜 부품을 국산 정품보다 30~5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원산지를 위조한 자동차 부품은 탑승자 안전과 직결되는 조향장치와 현가장치 위주다. 조향장치는 자동차 바퀴가 굴러가는 방향을 조정하는 장치다. 현가장치는 자동차 바퀴와 차체를 연결하는 것으로, 노면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같은 부품을 국내에서 제조해 납품하는 업체의 연구소가 품질 실험한 결과 일부 부품이 국내 완성차 업체가 요구하는 납품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사고 위험이 있었다는 얘기다.
대구본부세관은 지난 3월 일부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값싼 중국산을 국산으로 속여 부품시장에 판매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20%가 대구·경북지역에 집중돼 있으며 지역 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연간 매출 규모는 19조4000억원에 달한다.
관세청 관계자는 “상당수 업체가 경기침체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데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는 업체까지 등장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수사를 전국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