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개봉 '존 윅 3:파라벨룸'
[ 유재혁 기자 ]
사방이 유리로 된 방에서 존 윅(키아누 리브스 분)이 킬러와 대결한다. 킬러를 주먹으로 치는 순간, 투명한 유리막에 가로막히고 만다. 킬러가 유리를 피해 반격하자 존 윅은 나가떨어진다. 겨우 돌파구를 찾아 킬러를 제압하고 위층으로 올라가니 더 강한 상대가 기다리고 있다.
존 윅은 마치 ‘21세기 이소룡’ 같다. 유리 방은 1970년대 액션스타 이소룡이 주연한 ‘용쟁호투’에 나온 거울의 방을 닮았다.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더 센 상대와 겨루는 장면은 이소룡의 유작 ‘사망유희’를 연상시킨다. 다만 이소룡식 맨몸 액션만 있는 게 아니라 칼과 총 등 온갖 무기를 총동원한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존 윅 3:파라벨룸’은 지난 수년간 나온 할리우드 액션영화 중 에너지가 가장 강력하다. 액션 감독 출신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대부분의 액션신에서 커트(장면) 연결을 줄이고 롱테이크(끊김 없이 장시간 촬영)로 담아내 강력한 타격감을 스크린 너머로 고스란히 전달한다. 3편은 1, 2편의 두 배 규모 물량을 투입해 볼거리가 커졌다. 존 윅이 일본 등 아시아계 킬러들과 대결할 때는 단도와 장검을 활용하는 액션이 많고, 서구 킬러들과는 권총이나 소총, 중화기로 대결하는 액션신이 많다.
‘존 윅 3’는 킬러들의 세계에서 규칙을 어겨 최고회의로부터 파문된 존 윅이 벌이는 생존 투쟁이다. 존 윅은 파문을 당한 즉시 1400만달러의 현상금이 붙었고 킬러들의 타깃이 된다.
무엇보다 치밀하게 설계된 세계관이 흥미롭다. 킬러들의 세계는 강력한 규율로 통제되며 위반할 경우 어김없이 응징당한다. 최고회의와 원로원, 피의 서약으로 복종하는 규율이 킬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배한다. 킬러들의 커뮤니티인 ‘콘티넨탈 호텔’, 전용 화폐인 황금 주화, 킬러 세계를 관장하는 비밀 행정 조직 등은 이전의 킬러영화에서 볼 수 없던 세계관이다. 경찰은 어디에도 없고 킬러들 간 무자비한 피의 보복만 존재한다.
그러나 무절제한 ‘개싸움’은 아니다. 킬러들은 나름대로 상대를 존중과 예의로 깍듯이 대한다. 존 윅은 시종 정장 차림으로 싸운다. 한 킬러는 자신의 반려견을 죽인 것에 격분해 목숨을 내놓고 상관을 제거한다. 이처럼 인물들의 모순된 감성과 태도가 흥미를 배가시킨다. 지극히 강한 것과 약한 요소들을 교묘하게 혼합해 관객 감정의 진폭을 확대한다.
존 윅과 주변 인물들은 ‘의리’로 움직인다. 존 윅에게 진 빚 혹은 신세를 갚기 위해 일부는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건다. 존 윅도 타깃과의 의리 때문에 목숨을 내놓는다.
‘파라벨룸’은 라틴어로 ‘평화를 이루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뜻이다. 존 윅과 그의 동조세력이 최고회의와의 싸움을 준비하며 사용한 말이다. 앞으로 나올 4편에서 더 큰 전쟁이 일어날 것임을 암시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