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2배로 재미있게 보는 법
사소한 소품에도 의미가 있다
영화 '기생충'이 개봉 12일째 700만 관객수를 돌파하며 세간의 화제가 된 가운데 영화 속 소품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도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국내에서 화려하게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독보적인 기세로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에 ‘기생충 해석’ ‘기생충 소품’ 등의 키워드가 이슈로 떠오르며 각 장면과 소품의 의미를 해석하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란 수식어답게 봉준호 감독은 영화에 사용하는 모든 소품에 의미를 담을 정도로 디테일한 연출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 기생충 또한, 전개 하나 하나가 서로 얽히고 설켜 연결된 의미를 담고 있다. 때문에 많은 관람객들은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영화적 장치에 내포된 의미를 찾아가며 열띤 해석과 토론을 벌이고 있다.
‘기생충’에서는 ‘대사. 공간. 빛, 소품’이 대표적인 의미부여의 장치가 되었다.
인물들의 유쾌한 듯 내뱉는 대사와 사소한 행동들이 사회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풍자를 담고 있다. 그리고 공간과 빛을 활용하여 부와 가난의 대조를 섬세하게 표현해냈고 가족의 일상적인 밥상 위에 놓인 음식의 종류와 배치 또한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기생충’에서는 가족이 둘러 앉은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전개에 따라 각각 발포주, 수입맥주, 양주가 등장하는데 주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각기 다르다.
피자 박스를 접으며 생계를 이어가던 송강호 가족. 구성원들이 무직으로 암울한 현실에 있던 때의 밥상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산 발포주가, 등장인물의 취업 후 자축하는 밥상에는 소고기와 함께 수입맥주인 ‘삿포로맥주’가 올려진다.
저렴한 발포주로 등장한 필라이트는 맛과 도수에서 맥주와 흡사하지만 맥아 비율이 낮은 대용술로, 가격이 싸고 탄산이 강해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만원에 12캔이란 파격적 가격을 앞세워 하이트진로는 출시 2년 만에 5억 캔을 판매하며 발포주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반지하집에 모여 앉아 필라이트를 마시던 이 가족은 구성원 모두가 취업에 성공한 날에 삿포로 맥주를 마시며 기쁨을 만끽한다.
수입맥주가 상징하는 것은 그동안 즐기고 싶었지만 경제적 여건으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자기만족이다.
서로가 취업을 축하하며 삿포로를 마시는데, 이때 엄마는 여전히 필라이트를 마시는 장면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발포주와 맥주로 일상을 달래던 송강호 가족은 저택에 잠입한 후 양주 파티를 벌인다. 마치 자신들이 최상위층에 올라온 것 같은 기분을 만끽 하기 위해 부잣집의 술 창고를 다 열어 꺼낸 술들은 레미 마르탱 등 각종 꼬냑과 발렌타인 30년산, 로얄 살루트 등의 위스키 등이다.
이는 소품 자체에 가족의 삶과 질을 투영한 대표적인 예로써, 관객에게 소소한 웃음을 주면서도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의 진가를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느 한 장면과 소품이라도 소홀히 넘겨서는 안되는 '기생충'.
어떤 관객의 말처럼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자막 없이 볼 수 있다는 현실이 주는 기쁨을 우리도 '삿포로 맥주'로 축하해보면 어떨까.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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