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0억원 규모의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부도 사건과 관련해 어음 발행 증권사 직원이 뒷돈을 챙긴 정황이 드러났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당시 ABCP 발행을 주도한 이베스트투자증권 직원이 가족 계좌를 통해 CERCG 측에서 돈을 받은 사실을 포착하고 압수수색 등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직원은 CERCG에서 받은 돈을 공동 발행사인 한화투자증권 직원과 나눠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5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CERCG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1650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했다. 현대차증권(500억원)과 BNK투자증권(300억원) 등 금융사 9곳이 이를 매입했다. 그러나 CERCG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이 부도가 나면서 ABCP도 결국 부도 처리됐다. 이 ABCP를 사들였다가 손실을 본 현대차증권 등은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을 고소한 상태다.
한화투자증권 측은 "ABCP 발행 당시 실무자의 금전수수 혐의 부분은 사실로 현재 이 건에 대해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조사에 최대한 협종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중국외환국(SAFE)의 지급보증 승인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채권을 어음화해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판매 당시 지급보증이 실행되지 않아 기초자산이 된 채권이 부도 처리됐고, ABCP를 산 증권사들이 손실을 떠안았다는 게 피해 금융사들의 주장이다.
한화투자증권은 "SAFE 등록은 계약 체결 이후 신청하는 '사후 등록'으로 지급보증 효력과는 무관하다"며 "SAFE의 지급보증 승인이 나지 않아 회사채가 부도가 난 것이 아니라 회사채가 부도가 나면서 지급보증이 유보 중인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또 "ABCP 발행 전 신용평가회사에서 CERCG 회사채에 대해 투자적격 등급을 부여했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ABCP에 대해서도 신용평가회사 두 곳에서 모두 투자적격 등급(A20)을 부여했다"며 발행 당시 위험 관리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