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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의 블로소득] 가상화폐 시장 '선결조건' 된 AML·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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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시장과 같이 공시 통해 투기성 걷어내고 건전화 가능
FATF AML 평가 한 달 앞으로…"거래소 생존 문제"




자금세탁방지(AML)와 공시가 가상화폐(암호화폐) 업계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최근 AML과 공시 암호화폐의 제도권 진입을 위한 '선결과제'란 인식이 공유되면서다. 암호화폐가 범죄조직이나 테러단체의 자금세탁 수단으로 쓰이지 않도록 막고 투기성을 걷어내기 위한 공시정보 제공도 이뤄져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업계는 공시 시스템 도입에 나섰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코빗, 고팍스, CPDAX가 암호화폐 공시 플랫폼 '쟁글'을 도입했으며 업비트는 자체 공시 시스템을 구축했다.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판단 근거를 제공하고 '묻지마 투자'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쟁글은 블록체인 프로젝트 공시 플랫폼 기업 크로스앵글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전자공시 시스템 '에드가(EDGAR)'를 벤치마킹해 만든 플랫폼이다. 개별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재무 현황, 사업 진척 현황, 지분구조, 경영진 구성 등에 대한 정보를 등록하고 크로스앵글이 이를 사후 검증하는 방식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신규 상장시 쟁글에 공시된 프로젝트를 우선 검토하고, 불성실 공시가 적발된 프로젝트에는 상장폐지 등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이같은 업계의 자율적 공시 제도 마련은 증권시장의 역사와 닮았다. 초창기 미국 증권시장이 그랬다. 호황기여서 근거 없는 루머에도 주가가 올랐고 투기성이 심해졌다. 이는 대공황을 불러온 1929년 '검은 목요일'의 발단이 됐다.

이후 JP모건을 필두로 민간에서 규제를 마련해 현재와 같은 증권 시장의 바탕을 다졌다. 1934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설립되면서 정부가 증권 시장을 감독하는 지금의 형태가 자리잡았다.

한국도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가 생긴 직후엔 투기가 성행했지만 1999년 전자공시(DART) 시스템이 생기며 안정화됐다. 공시 제도 정착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도 투기성을 줄이고 가치 투자를 늘리는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공시가 시장 건전성 확보 작업이라면 AML은 일선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거래소에서 거래된 암호화폐가 범죄조직 자금원으로 활용된다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탓이다.

가장 주목받는 이슈 중 하나는 북한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영국왕립국방안전보장연구소 등은 북한이 암호화폐로 국제사회 제재를 회피하고 핵개발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 우려했다. 국내외 보안 업계에서도 빗썸, 코인레일 등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남미 암호화폐 거래소의 거래량이 급증하며 마약조직과 갱단 자금까지 일부 암호화폐 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각국 정부 대응은 단호하다. 일례로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렉스는 북한 국적 계정이 발견돼 뉴욕 금융감독국(DFS)에서 영업 허가를 거부당하기도 했다. 비트렉스는 "한국인이 국가 설정에서 실수로 북한을 선택한 계정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는 이러한 문제 대응을 위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암호화폐에 초점을 맞춘 자금세탁방지 세부 조치들이 확정 발표될 예정이다.

회의 직후인 7월부터는 우리 정부와 금융기관, 암호화폐 거래소 등을 대상으로 3주간 FATF의 AML 제도 운영 상호평가가 진행된다. FATF 가입 후 처음으로 받는 고강도 조사여서 금융위원회도 금융기관 현장점검에 나서며 대비하고 있다.

단 이 과정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는 배제된 것은 문제다. 평가를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평가 결과가 나쁠 경우 정부의 강경 대응도 예상되므로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각자도생을 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개별 거래소 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이고 FATF가 세운 기준이 완벽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으면 (정부가) 그냥 두겠느냐. 거래소 문마저 닫게 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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