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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신흥국 주가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미·중 무역협상이 마무리되면 글로벌 경기의 회복속도가 빨라지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나라들의 증시가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증시는 상승폭의 대부분을 반납한 채 박스권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이 연내 마무리되기 힘들고,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요원할 수 있다는 걱정이 한몫했다.
국내 기업 실적은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 영업이익은 2017년 전년 대비 32.5% 오른 195조3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6.5% 추가로 늘어 207조9000억원을 올렸다. 그러나 올해는 전년보다 21.7% 떨어진 162조8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내 기업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연초 10.7%에서 현재 7.3%로 낮아져 국내 주식시장 실적개선 전망도 우울한 상태다. 그러나 무역분쟁 장기화 우려에도 국내 증시에 대한 지나친 비관을 경계하고 종목 발굴에 나설 때로 보인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글로벌 증시의 추세적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를 이끌고 있는 미국 증시가 높은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에도 불구하고 금리의 함수가 되는 인플레이션 수준이 안정돼 있다. 실물경제의 위험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인 실업률도 낮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두 가지 변수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증시 상승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
둘째,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다. 최근 Fed에서는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수준까지 도달하지 않았음에도 보다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리처드 클라리다 Fed 부의장이 “미국 경제 펀더멘털은 튼튼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지속적으로 밑돌거나 외부 악재가 경기 전망을 흐릴 경우 적절한 정책 기조를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상황에 따라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셋째, 박스권 증시가 지속된 이후 증시 흐름은 과거 일본 증시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일본 증시는 1985년 미국과의 플라자 합의 후 급격한 버블(거품) 장세를 연출한 이후 버블이 붕괴됐다. 닛케이지수가 1989년 12월 말 39,000포인트에서 2003년 3월 말 7900포인트까지 폭락 장세를 보였다. 이후로도 장기간 등락을 거듭하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런 저성장 국면 속에서 오히려 성장에 대한 욕구가 높아져 장기 성장을 이어가는 기업들이 나왔다. ‘일본의 이케아’라고 불리는 니토리라는 기업은 1988년 이후 30년 넘는 기간 성장을 지속하는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저성장 및 변동성 장세가 지속되는 국면 속에서 국내 주식시장도 점차 ‘일본화’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고성장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더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무작정 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갖기보다 국내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고성장을 이어가면서 이익 개선이 진행되고 있는 산업과 기업을 찾아 집중 투자하는 전략이 바람직할 것이다. 반도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인터넷·바이오 플랫폼 등의 기술을 보유하거나 선점하고 있는 기업들이 유망할 것으로 판단한다.
안예희 KB증권 WM스타자문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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