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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적자'라지만…수출 부진에 힘없이 무너진 경제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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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팀목' 경상수지마저…7년 만에 적자

4월 6억6000만弗 적자



[ 고경봉/서민준 기자 ]
우리나라가 7년 만에 경상수지 적자를 냈다. 83개월간 이어지던 흑자 행진이 중단됐다.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해외 배당금 지급이 일시 급증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강도 높게 대응하지 않으면 자본 유출 등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은 4월 경상수지가 6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5일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이전에 적자를 냈던 시기는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이 얼어붙었던 2012년 4월(-1억4000만달러)이 마지막이었다. ‘경상수지 흑자 행진’은 지난 7년간 한국 경제의 흔들림을 막고 대외 신인도를 유지하는 보루 역할을 해 왔다.


경상수지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가장 큰 원인은 수출 부진이다. 지난해 4월 515억달러이던 수출이 올해 4월 483억달러로 32억달러 줄었다. 같은 기간 수입은 7억달러 늘었다. 이에 따라 1년 전 96억달러에 달하던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57억달러로 40% 급감했다. 수출·수입이 전년 수준만 됐어도 30억달러 넘게 흑자를 봤을 것이란 얘기다.

수출이 둔화한 상황에서 배당금 지급 시기가 겹치면서 적자가 촉발됐다는 분석이다. 매년 4월에는 12월 결산법인의 배당금 지급이 몰린다. 올해 배당소득수지를 포함한 본원소득수지 적자는 43억달러에 달했다. 서비스수지는 14억달러, 이전소득수지는 6억달러 적자였다. 정부도 이날 브리핑에서 “4월 적자는 배당 지급이 집중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작년과 2017년에는 본원소득수지 적자 규모가 더 컸다는 점에서 경상수지 적자 전환을 배당금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경상수지는 일단 5월엔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지만 당분간 ‘불안한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12년 5월부터 이어져온 ‘경상수지 흑자 행진’은 그동안 ‘양호한 재정건전성’과 함께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글로벌 경기가 휘청일 때마다 충격을 줄여주고 한국의 대외 신인도를 유지하는 힘이 됐다. 지난해 미·중 무역 갈등과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이 불거졌을 때 국내 시장에 해외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된 것도 해외 투자자가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행진을 이끄는 수출 경쟁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에서 4월 경상수지 적자를 한국 경제에 대한 강력한 경고 신호로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총체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정부 “경상수지 적자는 배당 때문”

지난 4월 경상수지는 6억6000만달러 적자로 2012년 4월 이후 7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경상수지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을 배당금 지급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5일 한국은행의 경상수지 발표 후 연 기자 브리핑에서 “4월 적자는 배당금 지급이 가파르게 늘어나 생긴 일시적 현상”이라며 “5월에는 흑자전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양수 한국은행 통계국장도 “통계는 일시적 현상보다 기조적 흐름을 봐야 한다”며 “장기적인 흑자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 기관 모두 작년 4월과 2017년 4월 배당금 지급 규모가 올해보다 많았는데도 경상수지 흑자를 낸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2018년 4월 배당소득 적자는 64억달러로 지난 4월(50억달러)보다 14억달러 많았다. 작년과 2017년엔 배당소득수지 적자를 상품 수출 호황으로 메웠지만 올해는 수출 부진으로 상품수지 흑자 폭이 쪼그라들다 보니 배당소득수지 적자를 포함한 본원소득수지와 서비스수지, 이전소득수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4월 상품수지 흑자는 57억달러에 그쳐 1년 전의 96억달러보다 39억달러 줄었다.

전문가들은 “수출 경쟁력 회복 시급”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출 호황과 경상수지흑자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윤덕룡 한국국제금융학회장은 “83개월간 이어진 경상수지흑자 행진이 중단됐다는 것은 국제금융시장에 던지는 상징성이 크다”며 “한국은 ‘적자가 나지 않는 나라’라는 인식이 깨지면서 앞으로는 경상수지흑자 폭이 크게 줄 때마다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회장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는지를 점검하고 흔들린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아무리 배당시즌이라고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수출 부진에 따른 상품수지 흑자 축소가 경상수지 적자의 원인”이라며 “수출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적자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수출 경쟁력에 대한 국내외 의구심이 커지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 부진이 깊어지면 하반기에는 자본 유출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경상수지 적자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경상수지는 다음달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지만 최근 몇 년간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모습 대신 불안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며 “정부가 공언한 연간 경상수지 600억달러 흑자도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고경봉/서민준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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