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신흥국 펀드 수익률'선방'
[ 이호기 기자 ]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로 글로벌 증시가 휘청거렸던 지난 한 달, 해외 주식형 펀드들도 잇따라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반전되는 등 침체 국면에 빠져들었다. 그럼에도 중국과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 인도, 베트남 등 일부 신흥국 펀드는 꿋꿋하게 버티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글로벌 조정장에도 수익률 ‘꿋꿋’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인도 펀드는 최근 1개월 수익률(5월 31일 기준)이 3.24%, 베트남 펀드는 -0.87%를 기록했다. 반면 올해 초 반등세를 보였던 중국 펀드는 지난 한 달 새 -8.79%로 주저앉았으며 유럽(-4.76%), 북미(-5.17%), 일본(-5.35%) 등 주요국 펀드들도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구체적으로 ‘삼성인도중소형FOCUS’ 펀드가 지난 한 달 새 수익률이 6.84%로 가장 높았으며 ‘미래에셋인도중소형포커스’ 펀드도 4.12%를 기록했다. 인도 펀드 가운데 가장 설정액 규모가 큰 ‘삼성인디아’ 펀드 역시 2.52%로 양호했다.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펀드(0.37%)와 ‘유리베트남알파’ 펀드(0.60%) 등 주요 베트남 펀드들도 지난 한 달 동안 글로벌 약세장에도 불구하고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최근 차익 실현을 위한 환매가 이어지면서 설정액은 감소하는 추세다. ‘삼성인디아’ 펀드는 올 들어 163억원이 빠져나갔으며 ‘미래에셋중소형포커스’ 펀드도 연초 이후 설정액이 67억원 감소했다.
올 들어 뭉칫돈이 유입됐던 베트남 펀드도 최근 환매가 잇따르면서 설정액이 줄고 있다.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펀드는 지난 한 달 새 293억원이 빠져나가면서 설정액 규모가 사실상 올해 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오히려 호재 된 미·중 무역분쟁
인도·베트남 펀드 강세는 역설적이게도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반사이익이 작용한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의 수출길이 막히면 이를 대체할 생산기지로서 인도와 베트남이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연내 아이폰 생산공장을 중국에서 인도로 옮긴다고 발표했다”며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인도가 얻을 수익만 83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올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발효와 함께 역내 관세가 인하되면 중국의 생산기지 이전 효과 등으로 수출 증가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베트남의 미국 내 수입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약 0.4%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베트남 총수출량은 3.1% 늘었다.
인도·베트남의 정치·경제적 안정도 매력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인도는 최근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압승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돼 제조업 육성으로 요약되는 ‘모디노믹스’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제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인도 총선에서는 모디 총리가 소속된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이 연방하원 543석 가운데 과반인 303석을 확보했다”며 “모디 총리는 외국인 투자 유치, 인프라산업 확대 등으로 국내총생산(GDP) 내 제조업 비중을 현재 15%에서 2022년 2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대로 총선 승리가 가시화된 지난달 23일 인도 센섹스지수는 장중 40,000선을 돌파했으며 30일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견조한 성장세에 증시도 선방
베트남 성장세도 견조한 편이다. 지난해 7%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6.5~7%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 연령이 30.1세로 젊고 도시화 비율이 37%에 불과해 제조업 및 인프라 투자에 따른 성장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는 “베트남은 향후 10년간 6~6.5%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전체 경제 규모도 싱가포르를 추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트남 VN지수는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된 지난 5월 한 달간 2.01%(31일 기준) 하락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지수와 한국 코스피지수는 각각 6.32%, 7.34% 떨어졌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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