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칸타타女오픈 마지막날 6언더파 몰아쳐
10개월 만에 통산 2승
"퍼트 거리감만 생각했어요"
[ 김병근 기자 ] 2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제주CC(파72·6365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칸타타여자오픈(총상금 6억원) 최종 라운드. 18번홀(파5)에서 칩인 이글을 놓친 김지영이 약 4m짜리 훅성 버디 퍼트를 시도했다. 갤러리와 선수들의 이목이 쏠렸다. 성공 여부에 따라 우승자가 확정되거나 연장 승부가 결정돼서다. 김지영의 퍼터가 밀어낸 공은 정확히 퍼팅 라인을 따라 굴러갔다. 하지만 딱 1㎝가 모자랐다. 홀 앞에 멈춰선 공을 보자 먼저 경기를 마친 김보아에게 동료 선수들이 다가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 김지영은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다. 김보아는 축하 물세례를 받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젠 메이저대회 우승할래요”
김보아가 롯데칸타타여자오픈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데뷔 6년 만에 통산 2승을 달성했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 2위 김지영(13언더파)을 한 타 차로 밀어낸 짜릿한 역전우승이다. 지난해 8월 보그너MBN여자오픈 이후 287일, 16번째 대회 만의 우승이다. 우승 상금 1억2000만원을 받은 그는 시즌 상금도 2억3315만원으로 늘려놨다. 올 시즌 그의 목표인 상금왕을 이룰 수 있는 기틀을 다졌다.
그는 올 시즌 누구보다 마음고생을 많이 한 선수로 손꼽힌다. 열 차례 대회에 출전했지만 기복이 심했던 탓이다. 국내 개막전이던 롯데렌터카여자오픈에서는 1라운드 2오버파 이후 컨디션 난조로 2라운드 기권을 선언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신설 대회 셀트리온퀸트마스터즈에서는 기량을 맘껏 뽐냈지만 90㎝ 거리의 파 퍼트를 놓쳐 우승을 놓쳤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공동 5위로 출발해 보기 없이 버디만 6개 골라내는 맹타를 휘둘렀다. 지난 2라운드 내내 파를 기록한 1번홀(파4)부터 버디를 낚으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2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은 그는 4번홀(파5)과 5번홀(파4)에 한 타씩을 더 줄이며 공동선두로 우승 경쟁에 가세했다. 12번홀(파4)에 다시 버디를 골라낸 뒤 14번홀(파3)에서 만만치 않은 버디 퍼트까지 홀컵에 떨어뜨리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15번홀(파5)에서는 위기관리 능력도 뽐냈다.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지만 정교한 어프로치 샷과 퍼트로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김보아는 우승을 확정한 뒤 인터뷰에서 “선두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우승을 의식하면 무너질 것 같아 내 플레이에 집중했다”며 “그린 가운데만 공략하자, 퍼트는 거리만 맞추자는 두 가지 생각만 하고 최종 라운드에 임했는데 생각한 대로 됐다. 이렇게 빨리 2승을 할 줄 몰랐는데 너무 행복하다”며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그러면서 “믿고 기다려준 부모님과 2승 소식을 기다리던 넥시스 골프단 대표께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김보아는 내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출전권을 받아 미국 무대 진출 기회도 잡았다. 김보아는 “다음 우승은 (메이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하고 싶다”고 했다.
1㎝차로 우승기회 날린 김지영
김지영은 1㎝ 차이로 연장 기회를 날렸다. 2년 만에 잡은 시즌 첫승, 통산 2승 기회도 함께 물거품이 됐다. 2017년 NH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 이후 아직 우승과 연이 닿지 않고 있다. 박채윤과 안나린이 11언더파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54홀 최소타 기록(23언더파 193타)을 세우며 우승한 조정민이 10언더파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슈퍼 루키’ 조아연이 4언더파 공동 19위, ‘천재 골퍼’ 최혜진이 3언더파 공동 26위를 기록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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