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봉화 이야기 - 전통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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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청량산이 품은 천년고찰 청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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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대사가 연대사를 창건할 당시 절 아랫마을에 내려가다 논을 갈고 있는 농부를 만났다. 농부가 부리던 소는 뿔이 세 개나 달려 있었다. 소는 농부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날뛰고 있었다. 원효대사는 농부에게 소를 시주할 것을 권했고 농부는 군말 없이 소를 내주었다. 제멋대로 날뛰던 소가 절에 오니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 소는 청량사를 짓는 데 필요한 재목과 물건을 밤낮없이 나르다 준공을 하루 앞두고 생을 마쳤다. 소는 지장보살의 화신이었다고 한다. 원효대사는 죽은 소를 유리보전 앞에 있는 소나무 자리에 묻었는데, 그곳에서 가지가 셋인 소나무가 자라 ‘삼각우송’이라 불렀다.
청량사에는 깊은 역사처럼 오래된 보물도 있다. 청량사 약사여래좌상과 복장유물이다. 약사여래좌상은 흙으로 형태를 만든 뒤 삼베를 입혔다. 그 위에 칠을 바르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 일정한 두께가 되면 조각해 제작한 건칠불상이다. 복장유물은 불상을 만들 때 사리나 경전 같은 유물을 가슴이나 뱃속에 봉안한 것이다. 8세기 후반~10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약사여래좌상은 우리나라 건칠불상의 시원적 작품으로 조각사적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백두대간 능선 너머 석양이 아름다운 축서사
축서사는 물야면 백두대간 정기가 어린 문수산 기슭, 해발 800m에 있다. 금강송 솔향기가 깊이 퍼지는 숲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사찰이다. 사찰 도량에 서면 파도처럼 이어진 산 능선이 사찰 아래 구름처럼 깔려 있다. 구름 속에 떠오른 소백산 봉우리 너머로 지는 석양은 봉화 8경에 꼽힐 만큼 아름답다.
축서사는 신라 문무왕 13년(673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창건 당시 설화가 있다. 문수산 아래 지림사라는 절이 있었다. 스님이 어느날 밤 휘황찬란한 빛이 발하는 곳으로 달려갔더니 동자가 불상 앞에서 절을 하고 있었다. 동자는 청량산 문수보살이라며 구름을 타고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불상만 남았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의상대사는 불상을 모실 곳을 찾다가 지금의 대웅전 터에 법당을 짓고 불상을 모셔 축서사를 창건했다. 문수보살이 나타났다고 해서 산 이름도 문수산으로 불린다.
축서사는 공양을 지을 때면 쌀뜨물이 십리 개울물을 물들였을 정도로 큰 사찰이었다. 대웅전, 보광전, 약사전, 선승당, 백화당, 범종각 등 여러 채의 전각과 도솔암, 천수암 같은 암자가 있었다. 조선 말기에는 의병들의 무장봉기 기지가 됐다. 이런 이유로 일제가 강제로 불을 질러 보광전만 남고 모두 탔다.
경내에 우뚝 서 있는 사리보탑은 전통 한옥을 모티브로 한 5층 석탑으로 부처님의 진신사리 112과를 봉안했다. 사찰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보물각에는 조선 영조 44년에 만들어진 괘불탱화가 있다.
한때 국내 3대 사찰이던 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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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태백산 사고(史庫)의 수호사찰이었다. 태백산 사고는 선조 39년(1606년)에 지어져 1913년까지 약 300년간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다. 사고는 불타 사라졌고 터만 남아 있다. 사고에 보관돼 있던 조선왕조실록은 현재 서울대 규장각에 보관돼 있다. 지금은 소박한 사찰이지만 사찰로 들어서는 계단에 막돌로 쌓은 기단이 멋스럽다.
삼층석탑이 있는 고적한 사찰 천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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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법당 안에 있는 석조여래입상과 사찰 앞에 있는 삼층석탑은 원래 봉성면 봉성리 성황곡 옛 절터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왔다. 천성사 석조여래입상은 광배가 없다. 두 손을 새로 만든 것 외에는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석불입상이다. 아담한 이목구비, 둥글둥글한 어깨, 잘록한 허리와 통통한 다리, U자 모양의 옷 주름선이 부드럽다. 굴곡진 곡선과 균형 잡힌 모습에 신라 불상의 특징이 잘 반영돼 있다.
매력적인 국보 지림사 북지리마애여래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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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대사의 시호를 따서 지은 홍제사
소천면 고선리 홍제사로 가는 길은 차가 겨우 한 대 지날 정도로 좁은 오솔길이다. 태백산 깊고 깊은 산길을 올라 만난 사찰은 기대와는 달리 기와집 같은 건물만 덩그러니 있었다. 홍제사는 신라 26대 진평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이야기와 신라 30대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세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 선조 때에 사명대사가 사찰 뒷산의 도솔암에서 수도하면서 사찰을 수리하고, 그의 시호를 따서 홍제사라 불렀다.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의 영정이 있던 원래 건물은 화재로 불타 사라졌고, 1966년에 새로 지은 사찰은 아담하다.
화려한 사찰 불승종의 총본산 현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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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글·사진 이솔 여행작가 leesoltou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