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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한류의 힘…'K콘텐츠' 수출 5兆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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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한령' 이후 체질개선 주효


[ 김희경 기자 ]
신(新)한류 열풍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K팝이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등 세계 음악시장의 중심에 섰다. ‘킹덤’ ‘미스터 션샤인’ 등 드라마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OTT) 플랫폼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주요 방송사에선 ‘복면가왕’ ‘굿 닥터’ 등 한국 방송 프로그램을 리메이크한 작품들이 시청률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2016년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 발동을 계기로 업체들이 공략 대상과 전략을 바꾸며 체질 개선에 나선 덕분이다.

한류 바람을 타고 콘텐츠 수출도 급증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류 관련 콘텐츠 수출액은 전년 대비 22.8% 늘어난 44억2500만달러(약 5조2551억원)를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증가폭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6년엔 전년 대비 13.6%, 2017년엔 15.5% 늘었었다. 김용락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은 “BTS와 OTT 덕분에 한류가 기존 영역을 뛰어넘었다”며 “한류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BTS가 다시 불 지핀 한류 열풍…OTT 타고 세계 중심에 서다

영국 런던 공연장 ‘웸블리 스타디움’ 객석은 총 10만 석이다. 세계 공연장 중 최대 규모다. 퀸, 조지 마이클, 비욘세 등 글로벌 스타들이 주로 올랐던 ‘꿈의 무대’다. 다음달 1~2일에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웸블리 무대에 한국 가수 중 최초로 오른다. 관람권은 예매 시작 90분 만에 동났다.

세계 문화콘텐츠 시장의 중심에 선 건 BTS뿐만이 아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수상에 앞서 192개국에 판매됐다. 예능 ‘복면가왕’, 드라마 ‘굿 닥터’ 등 한국의 인기 TV프로그램들은 미국에서 리메이크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중국에서 시작된 한류 바람이 20여 년 만에 세계 곳곳으로 확산돼 거세게 불고 있다는 평가다.

한한령 계기로 체질 개선 나선 한류

2016년 중국 정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일환으로 한한령(限韓令)을 발동하자 국내 콘텐츠업계엔 위기감이 엄습했다. 한류의 발원지이자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K팝 공연, 한국 드라마 방영, 한국 영화 상영이 중단됐다. 그동안 활발하게 이뤄지던 중국의 콘텐츠 투자와 한·중 합작 사업도 자취를 감췄다.

국내 업체들은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와 일본은 물론 미국, 유럽 등으로 눈을 돌렸다.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OTT) 플랫폼을 적극 활용했다. 중국 콘텐츠 수출 비중은 2016년 31%에서 지난해 20%대로 낮아졌고, 같은 기간 각각 10%대에 머물렀던 미국과 유럽 비중은 20%대로 올라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음향영상 및 관련 서비스’ 수지(음원 영화 드라마 예능 등으로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에서 외국에 지급한 금액을 뺀 것)는 지난해 1분기보다 55% 증가한 1억147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한한령 발동 이전인 2016년 1분기(1억1540만달러) 수준으로 회복했다.

‘초국가적 문화’로 진화하는 한류

전문가들은 한류가 초국가적 문화 현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수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원은 “한국 콘텐츠를 단순히 한국의 것으로 의식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향유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국가적 현상은 K팝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BTS가 지난해 8월부터 해외에서 연 공연은 58회에 달한다. 이 중 웸블리를 포함해 올해 16회에 걸쳐 이뤄지는 스타디움 투어 매출은 총 1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회당 100억원에 달한다. 미국 뉴욕과 브라질 상파울루 등에선 팬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밤새 줄을 서는 ‘노숙’ 행렬이 벌어졌다. CJ ENM이 K팝 가수들과 함께 세계 곳곳에서 벌이는 한류축제 ‘케이콘’은 개최 7년 만에 누적 관객 수 10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2012년 미국에서 처음 열린 케이콘은 1만여 명의 관객을 모았으나 지난해 뉴욕 공연에선 5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관객 중 현지인 비중은 90%에 달한다.

K콘텐츠, OTT 타고 글로벌 유통

방송 콘텐츠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한국 완성본이 아니라 현지화가 가능한 포맷 수출에 매진한 결과다. 2015년 중국, 동남아 등 8개국에 불과하던 포맷 판매 지역은 현재 20여 개국으로 늘어났다. MBC 예능 ‘복면가왕’을 리메이크한 ‘더 마스크드 싱어’ 제작자인 크레이그 플레스티스는 “한국 포맷은 신선하고 독특하다”며 “K팝, 음식 등 전체적인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 포맷 수출의 적기”라고 말했다.

최근엔 K콘텐츠가 국내와 거의 동시에 전 세계에 OTT를 타고 퍼진다. 6월 1일 첫 방송되는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는 정규 방송 한 시간 후 넷플릭스를 통해 아시아, 영어권 지역에 선보인다. Mnet에서 방영 중인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은 유튜브 등을 통해 매회 전 세계에 생중계한다. 전종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아직 한류 콘텐츠를 많이 이용해보지 못한 사람들을 열성적 이용자로 바꾸기 위해선 접촉 기회를 늘려야 한다”며 “OTT 등을 통해 유통망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음식, 뷰티 등 문화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선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중국에선 각각 혐한과 한한령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한류가 ‘사회일반 정착단계’(3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1단계는 일부 적극적인 팬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2단계는 한류 붐이 확산되지만 새로운 문화로 정착되지 못하는 수준이다. 3단계에선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전반적인 인지도가 높아지고 관련 상품 유통이 보편화된다. 양 연구원은 “일본과 중국은 최근 정치 등과 무관하게 한류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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