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철 동국대 교수
동아시아 해양 영토분쟁과 역사갈등의 연구
[ 은정진 기자 ] “영토는 모든 국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국가 자존심의 척도입니다.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영토 문제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우리 국민들이 영토 보존이야말로 국가 운명이 걸린 중요한 문제란 걸 인식했으면 합니다.”
역사학자 윤명철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65·사진)는 29일 역사 교양서 《동아시아 해양 영토분쟁과 역사갈등의 연구》를 쓴 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고구려사와 동아시아 해양사를 주로 연구해온 윤 교수는 “모든 영토 문제는 반드시 역사 문제와 연관된다”며 “영토는 미래 생존 문제와 직결되기에 우리 국민과 정부가 문제를 정확히 인식해 민족적 자존심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책의 특징은 단순히 영토 분쟁의 서술에만 그치지 않고 영토 갈등 양상의 역사적 배경까지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윤 교수는 동아시아 영토 분쟁을 사건별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시각으로 묶어 썼다. 각각의 동아시아 영토 문제는 뜯어보면 150년 전인 19세기 중반 열강들에 의한 국제질서 재편과 총체적으로 연관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저자는 러시아의 남진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이 각각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영일동맹 등으로 일본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던 점이 100여 년이 지난 이후 동아시아 영토분쟁을 촉발한 측면이 크다고 설명한다. 윤 교수는 “국제법 관례상 영토 분쟁은 100년간 실효적 지배를 하면 그 영토 영유권을 취득하게 된다는 ‘100년 시효설’이 적용되지만 동아시아 분쟁들은 모두 100년 이전부터 발생했다”며 “모든 영토 문제는 나라별로 국가적 이익을 위한 구조에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영토 분쟁의 대부분은 일본과 연관돼 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은 일본과 중국, 독도는 한국과 일본, 북방 4도 분쟁은 일본과 러시아가 분쟁을 벌이고 있다. 저자는 “일본은 19세기 중반 서구 세력들에 의해 강제적인 불평등조약을 맺지만 19세기 후반부터 아시아 패권국으로 등장하며 본격적인 영토 침략 야욕을 드러냈다”며 “지금도 아베 정권이 패권국가를 지향하기 때문에 일본은 항상 동아시아 영토 분쟁 문제에 걸려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일본의 이중성을 지적한다. “독도 문제에 있어선 공세적인 일본이 중국과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열도와 관련해선 오히려 우리나라와 똑같은 수세적 입장에서 자신들의 영유권 문제를 방어해요. 그때그때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거죠. 결국 힘의 문제입니다.”
저자가 책에서 중요한 문제로 삼은 영토 분쟁은 한국과 중국 간의 ‘이어도’ 분쟁이다. 이어도는 역사적으로 한국의 영토가 분명하고 해양과학기지를 설치하는 등 한국이 선점하고 있지만 2012년 3월 중국이 자신의 영토라고 선언한 뒤 방공식별구역을 수시로 침범하고 있다. 윤 교수는 “국제법은 힘을 가진 나라들에 의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며 “우리가 힘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동아시아 전체의 영토 문제를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동예림, 256쪽, 1만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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