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트라
[ 송태형 기자 ] ‘마이 웨이(My way)’. 올해 탄생 50주년을 맞은 올드팝 명곡이다. 수많은 유명 가수와 성악가들이 이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투박한 중저음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듯, 특유의 프레이징(악구 나누기)으로 툭툭 던지듯이 부르는 이 사람의 절창을 넘어서진 못했다.
《시나트라》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20세기 대중문화의 아이콘’ 프랭크 시나트라(1915~1998)의 평전이다. 언론인 출신 작가 앤서니 서머스와 로빈 스완은 방대한 자료와 인터뷰, 꼼꼼한 취재로 시나트라의 파란만장한 삶을 800여 쪽의 분량으로 완성했다. 성공을 갈망하는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 출신의 소년이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 자리잡기까지의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저자들이 다큐멘터리식으로 기록한 시나트라의 삶은 마치 흥행요소를 두루 갖춘 영화 몇 편을 보는 듯하다. 가수이자 배우, 제작자이자 사업가였던 시나트라는 화려한 쇼비즈니스와 마피아로 대변되는 지하세계는 물론 정치 영역까지 발을 걸치며 세계를 뒤흔들었다.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에 앞서 수많은 10대 소녀를 까무러치게 한 20세기 최초의 아이돌이었던 그는 온갖 추문과 가십의 축소판처럼 살았다. 애바 가드너, 그레이스 켈리, 메릴린 먼로 등 당대 최고 여배우들과 염문을 뿌렸고 그가 그토록 부정했던 마피아와의 연관성에서 평생 자유롭지 못했다.
프랭크 시나트라 2세는 아버지의 삶을 다섯 단어로 요약한다. ‘I did it my way(나는 내 방식대로 했어).’ ‘마이 웨이’ 마지막 가사는 이렇다. ‘나는 충만한 삶을 살았어/모든 길을 다 가봤지/그보다 더욱더 중요한 건/나는 내 방식대로 했다는 거지.’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이 웨이’가 새롭게 들린다. 시나트라의 삶을 알면 노래에 몰입하는 정도가 달라질 듯싶다.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가 이 책을 읽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는 감상평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시나트라와 같은 존재는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서정협·정은미 옮김, 을유문화사, 840쪽, 2만8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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