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와의 행정소송전서 이겨
수천억 이자 등 회수 발판 마련
[ 이현일 기자 ] 군인공제회가 14년을 표류한 1조3000억원 규모 경남 김해시 진례시례지구 도시개발사업을 정상화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소송전까지 벌인 끝에 약 1800억원의 투자금과 수천억원의 이자비용을 회수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30일 군인공제회와 김해시, 현대산업개발은 김해시 진례면 일대 1만4598가구의 미니 신도시 현장에서 기공식을 열고 부지 조성공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의 시작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해시는 진례면 일대 367만㎡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스포츠·레저시설을 포함한 미니 신도시를 조성하는 이른바 ‘김해레스포타운’ 사업을 계획하고 공모를 통해 군인공제회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군인공제회는 자체자금 1752억원을 들여 토지 보상을 마쳤으나 사업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김해시 측이 지역 건설회사 D사의 지분을 높이라고 압력을 행사하면서 군인공제회, 당시 참여한 대우건설 등과 마찰을 빚었다.
사업이 늦어지던 중 김해시가 ‘그린벨트 개발은 공공기관을 사업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법령을 위반했다는 혐의가 터져나왔다. 2012년엔 전임 시장 두 명이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고의성이 없어 결국 무혐의 처분 받았지만 사업 지연은 피할 수 없었다.
군인공제회는 공기업 코레일테크를 출자자로 끌어들이고 김해시 지분을 높여 공공성 요건을 충족했다. 그러나 시에선 골치아픈 사업 개입을 꺼렸고, 일부는 사업권을 헐값에 넘기도록 종용하기도 했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인허가를 내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와 김해시의 잘못 때문에 억울하게 사업권을 포기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갈등의 수위가 높아지자 김해시는 2015년 인허가를 취소했고 군인공제회는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2017년 대법원은 군인공제회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허성곤 김해시장이 지역의 묵은 현안 해결에 힘을 보태면서 사업이 되살아났다.
98만2440㎡ 부지에 6306가구를 건립하는 1단계 사업은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아 2021년까지 준공할 예정이다. 2단계 8292가구 규모 사업은 2024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부동산금융업계 관계자는 “당시 토지 매입 비용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분양에 성공하면 군인공제회가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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