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 지식사회부 기자 deep@hankyung.com
[ 이주현 기자 ] 29일 오전 7시. 서울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건설 현장엔 또다시 한국노총 조합원 400여 명, 민주노총 조합원 80여 명이 몰려들었다. 서로 자기 소속 조합원을 고용하라고 건설업체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이들의 시위는 벌써 한 달이 넘었다.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제대로 고용되지 않자 한국노총 소속 50대 김모씨는 지난 27일 이곳에 있는 30m 높이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사흘째 고공 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이 충돌할 때마다 현장에선 공사가 중단돼 건설업체들은 손실만 늘고 있다.
이들의 갈등은 지난달 23일 골조공사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채용에서 배제된 한국노총 측은 “우리 사람도 고용하라”며 500여 명이 넘는 조합원을 이끌고 공사 현장을 찾았다. 압박을 느낀 건설업체가 한국노총 조합원 20여 명을 고용하려 하자 지난 9일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공사장에서 이들의 출근을 막으면서 몸싸움까지 벌였다.
결국 건설업체는 한국노총에 민주노총과 합의하면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제안하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김씨가 타워크레인에 올라간 것도 민주노총과 관계없이 우리를 고용하라고 건설업체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건설을 맡고 있는 하도급 업체 두 곳 중 하나는 어제 결국 한국노총 조합원을 고용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을 5 대 5로 맞추기로 했다.
경찰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노노 간 몸싸움이 벌어져 부상자가 나왔을 때도 개입하지 않았다. 김씨가 크레인에 올라간 뒤에는 안전 유지 차원에서 시위 노조원들의 현장 진입만 막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노조 간 밥그릇 싸움이 첨예화된 것은 건설업황이 위축되면서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라며 “이들 간 채용 경쟁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설업체들은 앞으로 노조원이 아닌 인력을 건설 현장에서 고용하는 건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한숨을 쉬고 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한쪽 노조를 고용하면 다른 쪽에서도 써달라고 하니 정작 우리가 원하는 능률 좋은 직원이 있어도 현장에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사 비용이 올라가면 결국 그 피해는 건설업체와 소비자가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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