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이 환자를 우롱한데 이어 이른바 '주주 자본'까지 배신했다. 이 회사가 만든 퇴행성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인보사케이주)가 '가짜 치료제'로 낙인 찍힌 것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소액주주는 전체 주주 가운데 99.98%에 해당하는 2만5230명(3월31일 주주명부 기준)이다.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는 675만여주이고, 보유지분은 총 59.23%에 달한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주식을 시가로 표시한 금액)은 두 달 전 1조원대에서 3000억원대로 3분의 1 수준으로 토막 났다.
28일 오전 한국거래소는 투자자를 보호하려고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식 거래를 중단시켰다. 또 상장폐지 대상인지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애초 허가를 내줬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케이주의 품목허가를 취소했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심사 당시 제출했던 자료는 허위였다. 인보사케이주의 주요 성분인 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된 것이다.
식약처는 그간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코오롱생명과학에 2액이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를 입증할 수 있는 일체의 자료를 요구했었다. 자체 시험검사와 코오롱생명과학 현장조사, 미국 현지실사 등 추가 검증도 진행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또 허가 전까지 주요 사실을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의 미국 코오롱티슈진(인보사케이주 개발사) 현지실사 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전에 2액 세포에 삽입된 'TGF-β1'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가 변동된 사실을 알고도 관련 내용을 식약처에 알리지 않았다. 유전자치료제에서 세포에 삽입되는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는 의약품의 품질과 일관성 차원에서 중요한 정보다.
식약처는 다만 세포사멸시험을 통해 44일 후 세포가 더 이상 생존하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임상시험 대상자에 대한 장기추적 관찰 결과 약물과 관련된 중대한 부작용이 없었다는 점, 전문가 자문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현재까지 인보사케이주의 안전성에는 큰 우려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니라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신장세포로 확인됐기 때문에 식약처는 만약의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해 전체 투여환자에 대한 특별관리와 15년간 장기 추적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우선 코오롱생명과학이 투여한 환자 및 병의원을 방문해 문진부터 실시한다. 혈액 및 관절강에서의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이상반응이 나타나는지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이후 식약처 '약물역학 웹기반 조사시스템'에 등록된 투여환자를 대상으로 투여환자의 병력, 이상사례 등을 조사·분석하게 된다. 지금까지 등록된 투여 환자는 1040명이다.
식약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회사가 제출한 자료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 단계부터 허가, 생산 및 사용에 이르는 전주기의 안전관리체계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심사 전담인력도 확충하고, 심사 전문성 역시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최초 개발 신약, 첨단기술 등 보다 전문적 심사가 필요한 경우 품목별 특별심사팀이 구성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최대주주는 코오롱그룹의 지주사 (주)코오롱으로 20.35%를 보유 중이다. 지난해 말 전격 사퇴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14.40%를 갖고 있다.
이웅열 전 회장은 코오롱의 지분 43.50%를 가진 최대주주다. 두 회사의 대주주이자 주요주주인 만큼 직·간접적으로 경영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이 전 회장의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은 인보사케이주 관련 식약처와 질의응답 전문.
▶품목허가 취소까지 두 달 가까운 기간이 소요된 이유는?
"신장 세포로 바뀐 경위 및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시험검사(2019.4.9∼5.26), 추가자료 제출(2019.4.15∼5.14) 및 검토(2019.5.15∼), 현장조사(2019.5.2, 5.8, 5.10), 美 현지실사(2019.5.20∼24) 등의 검증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임. 특히 최초 세포의 경우 미국에서 한국으로 운송(2019.4.16.한국도착), 세포배양(2019.4.17∼5.2)에 시간이 소요됐고, 세포사멸시험의 경우에는 한 달 반의 시간(2019.4.11∼5.26)이 걸렸음."
▶허가 당시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2회 개최한 사유는?
"인보사케이주의 허가과정 중에 실시한 1차 중앙약심 자문결과(2017.4)와 3상 임상시험 계획 승인 시 실시한 중앙약심 자문결과(2013.7)가 서로 상충됐음. 3상 임상시험 계획 승인 시 실시한 중앙약심에서는 골관절염치료제로서 연골구조 개선이 없더라도 관절기능 및 통증 개선(1년 이상 관찰)을 보인다면 유전자치료제의 유효성으로 적절하다고 보아,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2013.8)했음. 그러나 1차 중앙약심에서는 골관절염의 유전자치료제는 연골의 구조개선 없이 증상완화(기능 및 통증 개선)만으로는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자문함. 이에 따라 1차 중앙약심의 참석위원과 3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한 위원을 모두 포괄해 제품의 유효성에 대한 종합적인 자문을 받고자 2차 중앙약심을 개최함(2017.6)."
▶2차 중앙약심위원 구성시 일부 위원을 배제했다는 것이 사실인지?
"2차 중앙약심위원은 제품의 유효성에 대한 이견 해소 및 종합적인 자문을 받기 위해 포괄적으로 구성함. 이를 위해 1차 중앙약심 위원 전원과 3상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위한 중앙약심 참석 위원 일부를 위촉했음. 위원회 정족수를 채우기 위한 신규 위촉이 있었을 뿐, 이 과정에서 특정위원 배제는 없었음."
▶세포가 바뀐 사항을 GMP 등 사후관리에서 발견하지 못한 이유는?
"의약품 사후관리는 허가단계에서 확립한 품질기준에 따라 일관성을 갖고 제조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 연구개발 단계에서 발생한 문제를 제조품질관리(GMP) 등 사후관리를 통해서는 발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허가시 제출자료의 신뢰성 검증을 강화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겠음."
▶2액이 신장세포로 확인됐는데 안전한 것인지?
"식약처의 세포사멸시험을 통해 44일 후 세포가 더 이상 생존하지 않음이 확인됐음. 또 국내에서 실시한 임상시험 결과, 임상시험 참여자에 대한 장기추적관찰 및 시판 후 수집된 안전성 자료에서도 약물과 관련된 중대한 부작용 사례는 없었음. 이러한 결과 및 독성 및 임상자료에 대한 전문가 자문(2019.4.9∼ 4.11)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때 현재까지는 안전성 측면에서 큰 우려가 없는 것으로 판단됨. 다만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로 확인됨에 따라 만약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해 전체 투여환자(438개 병의원 3707건 투여)에 대한 특별관리와 15년간 장기 추적조사를 실시할 예정."
▶장기추적조사 진행 상황은?
"현재 총 투여환자 중 1040명이 약물역학 웹기반 시스템에 등록됨. 오는 10월까지 등록을 완료하고 15년 간 장기추적조사 시행 예정."
▶현재까지 발생한 부작용 현황은?
"현재까지 수집된 이상사례 분석 결과, 약물과 연관된 중대한 부작용 사례는 없음. 시판 후 보고된 주요 이상사례 311건은 주사부위반응(62건), 주사부위통증(61건) 등 주로 국소적으로 나타는 부작용임. 이는 의약품과의 인과관계와 관계없이 보고된 것으로서, 이 자료만으로는 특정 제품에 의해 부작용이 발생하였다고 확정할 수 없음. 종양 관련한 이상사례로는 위암종 등 4건이 보고됐으나, 약물과의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됨."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