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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인간과 아름다운 동행…미생물의 본질은 '생명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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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미생물 이야기

김완기·최원자 지음 / 사이언스북스
504쪽 / 2만5000원



[ 김희경 기자 ] 지구가 탄생한 이후 4분의 3에 해당하는 시간에 지구에는 미생물만 있었다.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인류의 역사와 다양성은 미생물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하지만 미생물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돼 왔다. 미생물이 없으면 식사 한 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질병 치료조차 원활히 받을 수 없는데도 말이다.

《아름다운 미생물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은 미생물에 대해 살펴보고 다양한 활용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는 김완기 아주대 약리학과 교수와 최원자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교수다.

미생물은 영어로 ‘microorganism’이다. ‘micro’는 그리스어로 ‘작다’는 뜻이다. 그러나 안 보인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미생물은 지구 어디에나 살고 있다. 모든 흙에는 물론이고 대기권 40㎞ 상공, 바위 속에도 있다. 토양 1g엔 1억 개 이상의 세균이 산다. 당연히 사람 몸에도 1000종 이상의 세균이 살고 있다. 특히 밀도가 높은 입 속, 이 표면, 목구멍, 창자엔 ㎠당 100억 마리가 존재한다. 소화기관엔 1000조가 넘는 미생물이 살고 있다. 성인의 전체 세포 수(60조)보다 10배 이상 많다.

미생물에 관한 연구는 1673년 네덜란드 옷감 상인 안톤판 레이우엔훅이 현미경으로 이슬 한 방울을 들여다보기 전까진 이뤄지지 않았다. 그 후 독일의 코흐와 프랑스의 파스퇴르를 거쳐 세포 수준의 근대 미생물학이 완성된다. 1945년께부터는 분자 수준의 현대 미생물학으로 발전했다. 우주에서도 미생물이 충분히 서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근엔 우주 생물학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빵, 술, 김치 등을 만드는 식품산업은 물론이고 보톡스, 항생제, 항암제 등을 개발하는 제약·바이오산업 등 미생물을 활용한 산업도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바이오산업은 미생물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지금도 전 세계엔 9만여 개의 미생물 관련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반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탄저균과 같은 1200종 이상의 생물 무기가 생산, 연구되고 있다.

저자들은 “이 생물 무기는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민간인을 대량 살상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며 “매우 싼값의 개발비로 대량 학살할 수 있어 ‘빈자(貧者·가난한 사람)의 핵무기’라 불릴 정도”라고 설명한다.

미생물의 본질은 ‘생명의 시작’이다. 겉으로는 무관해 보이지만 미생물과 사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때로는 서로 불편한 관계를 맺지만 대부분은 아름다운 관계다. 저자들은 강조한다. “미생물 대부분이 단 하나의 세포로 존재하는데, 그 속에는 생명의 오묘하고 경이로운 현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각자가 내린 미생물에 대한 결론이 파괴적이지만 않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인간의 미래는 아름다울 것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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