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이 23일 경기 고양시 일산, 인천 검단 등 수도권 서북부 지역의 교통 인프라 공사를 조기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 서울과 가까운 3기 신도시가 발표된 뒤 경기 고양 일산과 파주, 인천 검단 등 1,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이를 달래기 위해서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곡~소사선,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인천지하철 1호선과 서울지하철 3호선 연장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차례로 완료할 것”이라며 “수도권 서북부의 도시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포시 등 지방자치단체 다섯 곳이 추진 중인 인천지하철 2호선의 일산 연장 사업도 “내년까지 지자체와 협의해 광역교통 시행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교통전문가들은 그의 발언에 대해 “서북부 주민들이 기대하는 획기적 교통개선 대책은 없고, 기존에 내놓은 교통망을 다시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들 노선의 개통 시기가 앞당겨질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최근 3기 신도시 발표 후 자신의 지역구인 일산서구를 포함한 1, 2기 신도시 주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날 “내년 총선 때 같은 지역구(일산서구)에 다시 출마하겠다”며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밝혔다. 김 장관은 “일각에서 ‘김현미가 일산을 등졌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일산에 친정어머니를 비롯해 오남매가 살고 있다. 일산 아닌 다른 지역 출마는 생각할 수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일산·파주 달래기 나선 김현미…들고 나온 건 기존 교통망 '재탕'
“코너 속의 코너처럼 준비해온 게 있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3기 신도시로 인해 1·2기 신도시가 향후 슬럼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다섯 쪽짜리 문서를 꺼내들었다. 제목은 ‘수도권 서북부 1·2기 신도시 보완 방안’이었다. 김 장관은 “오늘 일산을 포함한 수도권 서북부 지역의 광역교통 대책을 말하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세부 계획을 밝혔다. 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을 2023년 말까지 개통하고 인천지하철 2호선 일산 연결, 대곡~소사 전동열차의 일산·파주 연장 운행 등을 조기에 추진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날 김 장관은 “내년 총선 때 일산에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3선 의원인 김 장관은 지역구가 일산서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기존 교통망 계획을 재탕한 것으로 실용성, 개통 시기 모두 불투명하다”며 “자신의 지역구에서 반발 여론이 확산되자 이를 잠재우고 총선 출마 의지까지 밝힌 출정식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산 관련 기존 철도망 계획 ‘재탕’”
김 장관이 이날 언급한 수도권 서북부 교통망은 모두 이미 계획된 노선이다. 계양역과 검단신도시 사이 6.9㎞를 잇는 인천 1호선 검단 연장은 2011년 발표됐다. 당시 ‘인천광역시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에 포함됐다.
당초 계획대로면 2015년 개통이었다. 하지만 사업비(6727억원) 분담을 두고 사업시행자인 인천도시공사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갈등을 겪다 사업이 지연됐다. 한강선(방화~김포), 서울지하철 3호선 파주 연장(대화역~운정) 등은 지난해 12월 3기 신도시 발표 당시 나온 교통대책이다.
국토부가 이날 처음 언급한 인천 2호선 일산 연장 구간 역시 김포시와 인천시 등 지방자치단체 다섯 곳이 연구용역을 하고 있는 사업으로, 이미 언론에 공개된 정보다. 이들 지자체 다섯 곳은 지난 1월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 계획에 반영되도록 실무 논의를 함께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대곡~소사선 파주 연장은 지난해 고양시 지방선거 공약으로 나왔다.
개통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지난해 말 착공식을 한 GTX-A노선은 아직도 첫 삽을 뜨지 않았다. 김 장관은 GTX-A노선 착공을 묻는 질문에 “지난 3월 금융약정을 맺은 뒤 전 구간 시공사를 확정했다”며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공사에 들어가 2023년 말 개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기(5년)를 감안하면 2023년 개통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 교통 전문가는 “최소 공기가 5년인데 여기에 토지 보상, 자금 조달 등에 문제가 생기면 공사는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노선의 이용량도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인천 2호선 일산 연장 등은 서울 도심을 지나는 구간이 아니어서 교통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자유로 지하화 방안 검토…집값 안정적”
김 장관은 이날 자유로의 지하 공간을 활용한 도로 확충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자유로뿐 아니라 신도시 남양주, 김포, 하남 등과 연결된 서울 간선도로가 매우 혼잡하다”며 “연구용역을 통해 자유로 등 수도권 주요 광역 간선도로를 지하 공간을 활용해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자유로 등 수도권 간선도로의 ‘대심도(지표 기준 40ｍ 이상 깊이의 공간) 도로화’ 추진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토부는 이날 김 장관이 소개한 내용과 지난해 발표한 남양주, 하남 신도시 등의 교통 문제를 포함한 수도권 광역교통망 기본 구상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3기 신도시와 함께 발표한 고양선 신설도 예비타당성조사 제외 등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사업 속도를 끌어올릴 방침이다.
최진석/양길성 기자 iskr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