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효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hugh@hankyung.com
[ 정영효 기자 ] ‘무조건 유력 인수후보를 형사 고발하라.’
롯데카드 인수전의 우선협상대상자 교체를 계기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농담반 진담반으로 나도는 ‘금융회사 M&A 필승 전략’이다. KT 노조의 고발 한 건이 1조8000억원 규모 롯데카드 M&A 거래의 향방을 송두리째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롯데 지주는 지난 21일 롯데카드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한앤컴퍼니에서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교체했다. KT 내부 문제의 ‘불똥’이 엉뚱하게 롯데카드 매각 거래로 튀면서다.
KT 노조는 최근 “KT 경영진이 2016년 자회사 나스미디어를 통해 한앤컴퍼니로부터 온라인 광고 대행사 엔서치마케팅(현 플레이디)을 비싸게 인수해 손해를 끼쳤다”며 황창규 KT 회장, 김인회 KT 사장과 함께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를 묶어 검찰에 고발했다. 롯데그룹 내부에서조차 “KT의 엔서치마케팅 인수는 공정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KT 노조 주장이 법정에서 받아들여질 리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문제는 롯데의 빠듯한 일정이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롯데는 일반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주식 소유를 금지한 공정거래법에 따라 오는 10월 중순까지 롯데카드 매각을 마무리해야 한다.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 법원 판결 전까지 대주주 적격 심사가 중단되기 때문에 롯데로서는 촉박한 매각 일정을 고려해 부득이하게 협상자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전언이다.
주장이 터무니없더라도 고발 한 건이면 자본시장 빅딜(초대형 거래)의 결과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사실에 국내 투자은행(IB)업계는 한숨을 내쉬고 있다.
‘공기업과는 절대 M&A하지 말라’는 필패 전략도 M&A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공기업과 거래하면 언제든지 한앤컴퍼니와 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존 경영진을 내보내기 위해 공기업을 대상으로 검찰이나 국세청 조사가 이뤄지는 건 드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M&A 시장에 나도는 필승 전략이나 필패 전략 모두 한국 자본시장의 후진적인 단면을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