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 격화에 '직격탄'
글로벌 선박 발주량 37% 급감
한국, 中에 밀려 수주 2위 그쳐
[ 김보형 기자 ]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7년 만에 국가별 수주 1위를 탈환한 한국 조선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 들어 중국에 선박 수주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수주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4월까지 한국 선박 수주는 20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37.5% 급감했다.
중국에 밀린 韓 조선
20일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은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 769만CGT 중 절반에 가까운 344만CGT(점유율 45%)를 수주했다. 한국은 202만CGT(26%)로 2위로 밀렸다. 이탈리아와 일본이 각각 111만CGT(14%)와 71만CGT(9%)로 3, 4위에 올랐다.
글로벌 선박 발주량(769만CGT)은 지난해 같은 기간(1217만CGT)보다 36.8% 감소했다. 지난 4월 발주량(121만CGT)은 3월(288만CGT)과 비교해 60% 가까이 급감했다.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물동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글로벌 선주사들이 선박 발주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 가운데선 삼성중공업이 올해 수주 목표의 33% 수준을 달성해 가장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대우조선해양은 30%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1위(수주 잔량 기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그룹은 수주 목표달성률이 10% 수준에 그친다.
조선사들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신조선가(새로 제작하는 배 가격)는 선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유조선(VLCC)은 소폭 상승했고 컨테이너선은 내렸다. LNG 운반선은 1억8500만달러로, 작년 말보다 300만달러가량 올랐다. VLCC 신조선가도 50만달러 안팎 상승했다. 컨테이너선(2만TEU급)은 1억4750만달러로 전년 말에 비해 150만달러 떨어졌다.
LNG 운반선에 기대
한국 조선사들은 두각을 나타내는 LNG 운반선 수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은(QP) 60~100척의 LNG 운반선을 발주키로 하고 국내 조선 빅3 등 주요 조선사에 입찰제안서를 보냈다. 척당 2000억원 수준인 LNG 운반선 가격을 감안할 때 총 수주액이 12조~2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물량이다. 10척 이상의 LNG 운반선이 발주되는 아프리카 모잠비크 프로젝트와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 등도 조선업계의 ‘수주 가뭄’을 해소할 단비로 꼽힌다. 과거 수주 실적과 기술력 등을 감안할 때 한국 조선사의 수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 빅3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QP가 발주한 LNG 운반선 44척을 전량 수주했다. 클락슨 집계 결과 전 세계 LNG 운반선 수주 잔량(남은 일감) 140척 중 73%인 102척을 한국 조선사가 차지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 효과로 해양플랜트(원유 및 가스 생산·시추 설비) 발주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엑슨모빌과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쉘 등 메이저 석유기업이 원유 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1조1040억원 규모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를 수주하기도 했다.
연말까지 입찰 결과 발표가 유력한 해양플랜트 공사는 3건, 금액으론 53억5000만달러(약 6조1059억원)에 달한다.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발주한 마르잔 유전개발 프로젝트는 상반기 중 낙찰자를 가린다. 해상 가스오일 분리 플랜트와 원유 파이프라인 등을 건설하는 공사로 규모가 26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국내 업체 중엔 현대중공업이 미국 인도 업체들과 경쟁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호주 바로사 FPSO(15억달러)와 나이지리아 봉가 사우스웨스트 FPSO(12억달러)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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