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화웨이에 거래 제한조치를 취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한층 격화되는 형국이다. 중국은 미국에 화웨이 제재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이를 돌파할 전략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특히 화웨이가 자급자족도를 높이는 기술 개발 등 ‘예비 타이어’로 불리는 비상대책을 가동하는 ‘플랜B’로 전환하고 있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는 눈길을 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기업들의 첨단기술 개발이 가속화한다면 그 또한 우리나라에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진단은, 지난해 양국 시장이 전체 수출의 38.9%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주로 무역에 국한돼 온 것이 사실이다. 또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으로 화웨이 등 중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미국의 제재를 받으면 5세대(5G) 통신장비 등에서 국내 기업이 어부지리를 누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1차적·표피적 분석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보다 근본적으로 주시해야 할 부분은 무역전쟁을 계기로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이 더욱 달아오를 경우에 예상되는 파장이다. 중국이 한국을 추월하기 시작한 첨단 분야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FT 보도대로 미·중 무역전쟁이 미국 의도와 달리 중국 기업들의 기술 개발 가속화로 이어진다면 국내 기업 경쟁력에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기술 개발로 중국 산업의 자급자족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지면 중국이 우리의 전통적인 수출 시장이라는 의미도 깨질 공산이 크다. 해외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합도 한층 심해질 공산이 크다.
한국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한·중 수출 경합관계 및 경쟁력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시장에서 중국의 직접 또는 부분적 위협을 받는 한국 수출품 비중은 40%를 훌쩍 넘었다. 중국 산업구조가 기술집약형으로 질주하면 이 비중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기업도 미·중 갈등이 우리 무역에 가져올 이해득실 차원을 넘어 산업경쟁력, 기술경쟁력에 미칠 파장까지 분석해 치밀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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