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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 통해 北에 800만弗 지원"…정부, 개성공단 기업인 訪北도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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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성공단 기업인 訪北도 승인

개성공단 폐쇄 3년3개월 만에…
정의용 "식량지원은 안보와 무관"
트럼프 방한 前 '채널 복원' 총력



[ 이미아/박재원/박동휘 기자 ]
정부가 국제기구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800만달러(약 96억원) 공여를 추진하기로 했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이후 3년3개월 만에 처음으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방북도 승인했다.

청와대는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통일부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개성공단에 투자한 기업인들이 지난 4월 30일 신청한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을 승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이라고 승인 이유를 설명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신청은 이번이 아홉 번째였다.

국제기구 공여 추진과 방북 승인은 다음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남북한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지난 4일과 9일 북한이 두 차례에 걸쳐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음에도 정부가 대북 유화책을 한꺼번에 내놓아 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남북 정상회담을 어떻게든 성사시켜야 중재 외교의 동력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北 '미사일 도발'에도…남북경협 불씨 살려 '美·北 대화' 물꼬트기

정부의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과 국제기구 공여를 통한 800만달러(약 96억원) 지원 추진은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에 불러내기 위한 유화책으로 해석된다. 특히 개성공단은 남북한 경제협력의 상징이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전제조건 없는 재개’ 의사를 밝힌 사업이다. 정부는 자산 점검을 방북 승인의 명목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향후 공단 재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승인된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통일부는 17일 “정부는 개성공단에 투자한 기업인들이 지난 4월 30일 신청한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을 승인하고, 기업인들의 방북이 조기에 성사되도록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승인은 2016년 2월 10일 공단 폐쇄 후 3년3개월 만이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그동안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지난달 30일엔 아홉 번째 방북 신청서를 제출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만시지탄이지만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승인 여부에 대해선 “우리 정부가 승인한 걸 보면 남북 당국 사이에 물밑에서 이야기가 오간 듯하다”며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靑, 대화·경협 부활 모색 나서

청와대는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달러 공여와 대북 식량지원 추진 계획을 밝혔다. 식량지원에 대해선 국민 의견을 충분히 받고,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또는 대북 직접지원 등 구체적 계획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2017년 9월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세계식량계획(WFP)과 유니세프의 북한 아동, 임산부 영양지원 및 모자보건 사업에 남북협력기금 800만달러를 공여하기로 결정했다가 집행하지 못했다. 교추협 의결을 거쳐 실제 자금이 집행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첫 대북 지원이 된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대북 식량 지원이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질문에 “식량 문제는 안보 사항과 관계없이 인도적 측면에서, 특히 같은 동포로서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조만간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의 구체적 계획을 국민에게 밝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와 통일부의 이번 결정은 다음달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남북정상회담 등의 대화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4차 남북정상회담 성사 등을 위한 대북특사 가능성에 대해 “특사 파견 가능성은 항상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6월이 남북, 미·북 대화를 되살리고 한반도 긴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7월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재선 준비에 들어가기 때문에 북한 문제를 신경 쓰기 어렵다”며 “북한도 이 점을 알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한·미를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北 ‘도발 모드’ 속 역풍 우려도

정부가 북한의 발사 도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빨리 대북 유화책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더군다나 우리 군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2주째 “정밀 분석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한·미 정보당국의 기존 데이터에 없는 신형 미사일이기 때문이란 관측도 있지만, ‘대화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한 궁여지책이란 지적이 더욱 많이 나온다. 북한이 쏜 단거리 미사일이 탄도미사일임이 공식 확인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위반이기 때문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정부의 남북 대화 추진 의지와 개성공단 기업들의 요청, 한반도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는 미국의 생각 등이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며 “취지는 이해하지만 지나친 낙관적 전망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동휘/이미아/박재원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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