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이 국내 증시 발목을 잡았다. 협상 당사국인 미중 증시보다 낙폭이 컸다.
중국인 입국자 수 증가로 호실적이 예상되는 면세점 화장품 의류 등 중국 소비주로 방어하라는 조언이 나왔다. 미국 시장의 배당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무역협상의 어떤 시나리오에도 대응할 수 있어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달 들어 6.5%, 코스닥 지수는 5.1% 떨어졌다. 국내 증시 부진은 지난 9일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협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무역협상 당사자인 미국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같은 기간 2.8%,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4.1% 하락한 것과 비교해도 국내 증시가 더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증시 변동성은 지속될 전망. 미중 양국 입장차가 큰 만큼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동준 KB증권 연구원은 "양국의 관세가 발효되는 6월1일까지 협상 타결 기대가 남아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퇴로를 찾기 어려운 강경 대치가 이어지면서 연내 협상 타결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당장 수치로 입증되는 종목에 주목하라는 얘기다. 중국인 입국자가 명확히 나타나는 면세점 화장품 및 의류업종 등 중국 관련 소비주 전망을 긍정적으로 봤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중국인 수는 1월 35.2%, 2월 26.8%, 3월 31.4% 증가(이상 전년 동월 대비)로 지속 증가세다. 올해 연간 중국인 입국자 추정치는 574만명으로 지난해보다 19.9% 늘 것으로 관측된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보따리상(따이궁)만으로도 사상 최대 매출이 나오는 면세점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며 "중국인 단체 관광객까지 돌아온다면 추가적 매출 성장이 가능한 호텔신라를 포함한 대형 면세점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소비 시장 변화를 염두에 둔 투자 종목 선정이 필요하다"면서 "핵심 소비층인 95허우(1995년생 이상)의 소비 특징을 살펴봤을 때 LG생활건강 연우 애경산업 등에 투자할 만하다"고 귀띔했다.
국내가 아니라면 해외에서 투자처를 찾으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미국 배당 ETF는 무역협상 시나리오별 대응전략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돼 유망하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양국이 합의점을 찾아도 글로벌 경기둔화 등을 이유로 미국 중앙은행(Fed)은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만약 분쟁이 격화되면 금리 인하 압력이 커지며 상대적으로 배당 매력이 커진다"고 말했다. "지속된 자금 유입으로 채권 수익률이 낮아진 점도 배당주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이라고도 했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ETF닷컴 기준 대표적 고배당 ETF 가운데 이달 들어 가장 강한 자금유입이 나타난 것은 뱅가드 하이 디비던드 일드(Vanguard High Dividend Yield[VYM: US])다. 해당 종목은 리츠를 제외하고 12개월 예상 배당금이 높은 기업에 투자한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