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8번째 회담靑
"구체 일정은 조정 중"
분수령 될 '6월 한반도'
[ 김형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말께 국내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저강도 도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문 대통령과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두고 재차 논의하는 자리를 갖기로 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다음달 28일 개최되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전후해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과 더불어 한·일 정상회담까지 맞물릴 경우 6월이 한반도 정세를 가늠하는 중대 국면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새벽 5시 한·미 동시 발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문 대통령 초청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6월 하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방한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일정은 추후 외교 일정을 통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양국 정상의 회담소식은 한국시간 오전 5시에 청와대와 백악관이 동시 발표했다.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 들어 여덟 번째다. 고 대변인은 “지난 4·11 워싱턴 정상회담 이후 2개월여 만에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한·미동맹 강화 방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과 관련, 고 대변인은 “이제부터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비무장지대(DMZ) 방문 여부다. 2017년 한국을 1박2일 일정으로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 직후 헬리콥터를 타고 문 대통령과 비무장지대를 ‘깜짝’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당일 짙은 안개로 방문을 취소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 DMZ를 방문한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 조지 부시 대통령이 유일하다.
‘비핵화 외교전쟁 6월’ 맞은 한반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확정되면서 6월이 한반도 비핵화 정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말까지 한 번 정도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이후 사거리 500㎞ 안팎의 신형 전술 무기를 활용한 도발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에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북한의 시위”라고 규정한 바 있다.
북한과의 대화채널 가동에 대해서도 “하노이 회담 불발에 대한 북한의 반발과 북·러 정상회담 일정 등 내부적으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그동안 북측과 적극적 대화채널을 가동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구체화됨에 따라 우리 측의 대화채널이 본격 가동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남북채널 가동을 통해 북측의 의중을 파악한 뒤 6월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게 수순이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 고 대변인은 “현재로서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답했다.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이 아직 6주여간 남아 있는 만큼 우리 측이 북한과의 대화채널 복원을 통해 의중을 타진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도 지난 2주년 대담에서 “이제부터 대화 제의를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의 동맹 관계에 흔들림이 없음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4월 회담에 이어 어떤 내용이 새롭게 합의될지 주목해야 한다”며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선 무난히 합의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일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도 관심이다. 6월 28일부터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를 계기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한·일 양국의 정상 간 채널이 재가동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제징용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과 별도로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으로 가자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하고 있다”며 “한·일 정상회담 여부에 대해선 아직 조심스럽지만 문 대통령이 계속 미래를 강조하는 점을 주목해달라”고 주문했다.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이 맞물려 진행될 경우 최근 교착국면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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