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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개발 추진지역에 '신축 쪼개기'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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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단독주택 허물고
다세대주택 대거 신축



[ 전형진 기자 ]
서울 재개발 추진 지역들이 신축 빌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컨설팅업체들이 앞다퉈 재개발 추진 지역에서 빌라를 지어 팔고 있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 못하는 빌라가 많아 매수인이 자칫 큰 재산 손실을 볼 우려가 있다.

여기저기서 ‘신축 쪼개기’

12일 동대문구 전농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재개발이 다시 궤도에 오르고 있는 전농9구역(전농동 103 일대)에서 신축 쪼개기가 활발하다. 신축 쪼개기란 단독주택을 허물고 다세대주택을 짓는 걸 말한다. 가구 수가 늘어나는 만큼 새 아파트 분양 대상자도 증가하기 때문에 재개발 예정 지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전농동 A공인 관계자는 “행위허가제한이 풀린 최근 4~5년 동안 빌라가 270가구가량 늘었다”고 했다.

전농9구역은 상전벽해를 거듭 중인 청량리역 일대 재개발구역이다. 지하철 1호선과 분당선, 경의중앙선이 지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C노선도 이곳을 지나도록 계획돼 동북권 ‘잠룡’으로 불린다.

이곳에선 골목마다 신축 중인 빌라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69가구의 빌라가 공사 중이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시행사가 컨설팅업체를 끼고 분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전농동 B공인 관계자는 “컨설팅업자들이 재개발을 미끼로 투자자에게 빌라를 팔면서 가구당 2000만원 안팎의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며 “대지지분 30㎡ 안팎의 방 세 칸짜리 빌라가 4억5000만원을 넘는다”고 말했다. 인근 지역과 비교하면 1억~2억원가량 높은 가격이란 설명이다.

사업 첫발을 내디딘 곳에서도 신축 빌라가 골머리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적이 없어 입주권 자격엔 하자가 없더라도 전체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게 문제다. 구역지정 용역을 진행 중인 아현동 699 일대(가칭 아현1구역)는 올 1월 행위제한이 걸리기 앞서 1년여 동안 120가구가량의 빌라가 신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많은 소유자가 더 늘었다. 토지 등 소유자와 지분공유자(지층)를 더하면 2832명이다. 새 아파트 건립 계획은 3328가구다. 임대분까지 고려하면 일반분양 가능 물량은 확 줄어든다. 조합원들의 수익이 그만큼 감소하는 것이다. 아현동 C공인 관계자는 “대지면적(약 10만㎡)과 지형을 고려하면 3300가구도 다 지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일반분양은 전용 40㎡ 안팎의 초소형 면적이 대부분이어서 수익이 높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낭패 볼 수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축 빌라를 사더라도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전농9구역은 2004년 6월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돼 서울시의 옛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를 적용받는다. 당시 조례를 적용받는 구역에선 2008년 7월 30일 이전 건축허가를 신청해 지은 다세대주택에만 각 소유자에게 분양자격을 부여한다. 이날 이후 허가를 신청해 신축된 빌라는 원 단독주택 소유자 한 명에게만 입주권을 준다는 의미다. 나머지는 속칭 ‘물딱지’가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빌라가 난립하는 건 오랫동안 재개발이 지지부진했던 후폭풍이다. 전농9구역은 2016년엔 아예 정비예정구역 직권해제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전농9구역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주민투표로 구역 해제를 간신히 면했지만 컨설팅업체들은 마치 해제된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며 “입주권 기준 시점이 사라진 것으로 오해한 투자자들은 큰 재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제 막 재개발 논의를 시작하는 초기 단계 사업장은 신축 빌라가 노후도 요건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려면 노후불량건축물 비율을 충족해야 하는데 신축 다세대주택이 늘어날수록 노후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작전식 신축 쪼개기로 사업을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접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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