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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경제 문제는 저임금 아닌 저생산성…규제·노동개혁에 사활 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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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2년 경제정책 토론회

남덕우기념사업회 '문재인 정부 2년, 경제를 평가하다'



[ 서민준 기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인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독일 경제가 2000년대 이후 부활한 비결은 노동개혁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있습니다.”(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낮은 생산성을 방치한 채 임금만 급격히 끌어올린 정책이 여러 부작용을 낳았습니다.”(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9일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남덕우기념사업회가 연 ‘문재인 정부 2년, 경제를 평가하다’ 토론회에선 정부 경제 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쏟아졌다. 임금 등 소득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둔 소득주도성장 대신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에 무게를 둔 혁신성장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득주도성장을 추구하더라도 방법론을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영세업체에 부담을 주는 최저임금 인상을 중심에 둘 것이 아니라 정부 재정을 통한 저소득층·청년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박정수 교수는 “정부는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는 이론을 토대로 소득주도성장에 속도를 내왔지만 이는 통계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한국 경제의 핵심 문제는 낮은 임금이 아니라 낮은 생산성”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통계청의 10인 이상 제조업 사업체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00~2017년 명목 임금은 138.5% 증가한 반면 명목 노동생산성은 107.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시간당 생산성은 OECD 36개국 중 29위에 그친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박 교수는 “임금 개선을 위해서도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대책이 경제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며 “생산성이 낮은 산업에 집중돼 있는 구조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 규제 개혁, 구조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 금융 등 생산성이 높은 서비스업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공유경제 등 신산업 육성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병태 교수는 “생산성을 웃도는 임금 증가는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며 2000년대 유럽 경제를 사례로 제시했다. 2000년대 이후 독일 경제가 부활한 비결을 분석해 보니 생산성 향상이 임금 상승보다 빨랐다는 것이다. 그는 “독일은 노동유연성을 강화하는 하르츠개혁 등을 통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크게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임금 상승 속도가 더 빨랐던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경제 성장률이 둔화됐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투자·고용의 주체인 기업을 옥죄는 정책을 쏟아내 고비용·저생산성 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이제라도 경제 활동의 자율성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제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더라도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혁신은 경제의 엔진이고 소득 분배는 변속기”라며 “혁신만큼 소득 분배 개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지출 여력이 약한 소상공인에게 타격을 주는 것이어서 경제에 큰 부담을 줬다”고 했다. 재정 확대를 통한 저소득층과 청년 지원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정민 교수도 “작년 고용 증가율 감소의 약 26%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었다”며 “엄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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