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카페
소규모로 구성되는 유기적 조직
구성원 소통·협력·자발성 등 특징
게임 개발사인 N사는 2016년 게임 개발 사업부 내에 ‘캠프’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어떤 캠프는 구성원만 100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컸다. 이 조직을 이끄는 리더를 캡틴이라고 불렀다. 캡틴에게는 예산 집행권을 주고, 개발 계획에 따라 인적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필요하면 최고경영자(CEO)를 독대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기존 조직과는 다른 독립적 운영이 가능했다. 그 결과 새로운 게임들이 신속하게 출시됐고 성과도 대만족이었다. 이는 그해 이 회사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0% 가까이 증가하는 발판이 됐다. N사 관계자는 “조직 개편 후 의사결정이 빨라져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 점이 좋은 성적을 낸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조직 운영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애자일(agile: 민첩하다는 뜻) 조직’이다. 애자일 조직은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필요에 맞게 소규모 팀을 즉시 구성해 업무에 대응하는 유기적인 조직이다. 업무에 자율성과 권한을 갖고 끊임없이 구성원들과 상호작용하며 변화에 대응한다. 회사 비즈니스가 신속하게 시장 변화에 대처해야 하고 이를 위한 혁신을 전략으로 삼고 있다면 성공적인 전략 실행을 위해 한번 검토해볼 내용이다.
애자일은 1990년대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방법론이었다. 이제는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하나의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구성원 간의 활발한 소통과 협력, 자발성을 통해 비즈니스의 민첩성을 높이고 조직의 창의성을 촉진하는 시스템 및 문화를 총칭한다. 최근에 많은 기업이 도입해 조직 구성뿐만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애자일 조직이 지닌 특징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조직 전체에 공유된 목적과 비전’, ‘권한 위임을 받은 네트워크 팀 구조’, ‘빠른 의사결정과 학습 사이클’, ‘역동적인 사람 중심 모델’, ‘차세대 기술 활용’ 등이다. 조직의 민첩성을 위해서 우선 구성원들이 나아갈 방향을 공유해야 한다. 또 자율적인 업무 수행과 의사결정이 가능해야 한다. 신속한 학습과 구성원 간 상호작용, 기술 활용을 통해 문제 해결 역량 및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이 애자일 조직의 특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아울러 애자일 조직으로 변화하기 위한 네 가지 전략도 제시했다. 프로세스는 전략을 기반으로 정기·순차적으로 진행하는 체계적 전략기반 실행 프로세스에서 빠른 실행으로 고객 피드백을 즉각 반영하는 시행착오 기반 실행 프로세스로 전환해야 한다. 구조 측면에서도 기능별 전문성·효율성을 강조한 기능별 조직에서 기능 통합, 권한 위임, 성과 책임을 가지는 자기완결형 소규모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 또 인재 측면에서 연공, 상대 평가에 기반한 승진·보상을 통한 동기 부여에서 주인의식, 자율성에 기반한 내재적 동기 부여로 바꿔야 한다. 리더십 측면에서는 톱다운 방식으로 방향을 지시하고 관리하는 관리자형 리더에서 직접 뛰며 구성원의 업무를 지원하는 ‘플레잉 코치’형 리더로 전환해야 한다.
사업의 특성은 다를 수 있지만 맥킨지의 이런 제안은 어느 조직이든 애자일 조직을 구축할 때 참고할 만한 구체적인 가이드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우리 회사의 핵심 전략이 신속한 시장 대응이라면 이런 전략 실행을 위해 일차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조직 운영 방식이라고 하겠다.
강성호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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