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생명보험사들이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납부하는 고객에게 자동이체로 변경할 것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납입하는 고객 비중이 높으면 그만큼 카드사에 지출하는 수수료 비용도 늘어나 보험사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DB생명과 KB생명은 상품권 지급 이벤트를 내걸고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납입하는 고객 비중 줄이기에 돌입했다.
DB생명은 이달 말까지 보험료 카드납 고객 중 은행 자동이체로 전환하면 추첨을 통해 100명에게 파리바게트 5000원 상품권을 지급한다.
KB생명은 6월 14일까지 월 보험료 2만원 이상을 신용카드로 납입하는 계약자를 대상으로 자동이체 변경 이벤트를 진행한다.
해당 기간 중 보험료 카드납입을 자동이체로 변경하면 월 보험료 20만원 이상인 고객의 경우 2만원, 월 보험료 2만원 이상의 경우 1만원 상당의 모바일 상품권을 제공한다.
보험계약이 여러건인 경우 계약건수 기준으로 모바일 상품권을 중복 제공하며 자동이체 할인 및 우대적립 혜택(일부상품 제외)도 누릴 수 있다.
KB생명 관계자는 "자동이체로 보험료를 납입하면 할인이나 추가 적립같은 혜택이 있으나 고객들이 이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번 이벤트를 진행하게 됐다"며 "고객들이 카드납을 자동이체로 바꾸면 카드사에 지출하는 수수료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보험 소비자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보험료의 카드 납부를 적극 권장해왔다. 이를 독려하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는 협회 공시를 통해 보험사별 카드납 지수를 공개하고 있다.
카드납 지수는 전체 수입보험료에서 신용카드 납부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낸 고객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생보협회가 공시한 지난해 4분기 보험료 신용카드납 지수(금액 기준)는 4.3%로 저조한 수준이다. 그나마 보장성보험은 8.1%를 기록했으나 저축성보험과 변액보험은 각각 0.8%, 0.6%에 불과했다.
더욱이 보험료 카드납부는 대형사가 더 소극적인 상황이다. 삼성생명은 특정 상품에 한해 삼성카드를 통한 결제만 허용 중이며 현재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신용카드 납입이 아예 불가능하다.
생보사들은 보험료 카드납부로 인한 사업비 증가는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카드납부를 꺼려왔다. 특히 저축성보험은 은행의 예·적금과 유사해 신용카드 납부를 확대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부터 카드·보험업계 관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보험료 카드납부 확대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보험사는 1% 미만, 카드사는 2%대 수수료를 고집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장기 상품이 대부분인 생보사 특성상 카드납부를 받을 경우 매달 보험료를 받을 때마다 카드수수료가 나가게 된다"며 "보험료를 신용카드로 납입하는 것이 실제 소비자에게 얼마나 큰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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