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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맥] 美,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예외 중단…油價 장기 급등은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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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증폭되는 세계 석유시장

올 세계수요 日 130만배럴↑…美 셰일오일 증산 규모 비슷
고유가는 트럼프 재선에 毒…사우디·UAE에 증산 요구
韓 油化업체 비용증가 불가피…대체도입선 마련 시급

이달석 < 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산업연구본부장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8일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원유 수출 제재를 복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180일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지난해 11월 4일까지 모든 원유 수입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제재가 발효되기 사흘 전 당초 요구와 달리 주요 이란산 원유 수입국에 대해 6개월간 제재를 유예하고 수입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포함된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일본 터키 이탈리아 그리스 대만 등 8개국으로, 전체 이란산 원유 수입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22일 성명을 통해 이란산 원유의 한시적 수입 허용 조치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5월 2일자로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3대 산유국인 이란에 대한 석유 금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이 이란의 석유 수출을 막는다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만과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해상 석유 수송로의 병목 지점이다. 세계 석유 물동량의 3분의 1이 이곳을 통과한다.

국제 원유가격은 두바이유 기준으로 지난해 말 배럴당 49달러까지 하락했다가 빠른 속도로 반등해 지난달 마지막 주에 74달러를 기록했다. 4개월간의 가격 상승률이 50%에 이른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OPEC 산유국과 비(非)OPEC 산유국인 러시아가 지난해 12월 감산 합의를 갱신해 올 1월부터 하루 120만 배럴 규모의 생산을 줄인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제재와 정정 불안을 이유로 감산에서 면제된 OPEC 회원국인 이란, 베네수엘라, 리비아 중 베네수엘라의 생산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유가 안정시키며 이란 제재

이런 상황에서 이란 원유 수출 제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국제 석유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사우디를 압박해 증산을 요구하고 있고, 사우디는 이에 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이슬람 종파 분쟁으로 숙적 관계에 있는 이란을 제재하는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는 미국 국무부가 제재 유예를 종료한다고 발표하면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산 원유의 공급 감소분을 보충할 것이라고 언급한 데서 잘 나타난다. 또 트럼프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 등 OPEC 산유국에 원유 공급을 늘려 가격을 낮추라고 말해 동의를 구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이처럼 이란 제재 강도를 높이면서도 유가를 안정시키려는 것은 내년 11월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재선 전략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제 유가 상승은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트럼프에게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 소비지출에서 자동차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지니는 정치적 의미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이자 생산국이므로 저유가는 미국 내 석유산업과 연관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유가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 등 석유 생산지역은 전통적으로 트럼프가 소속된 공화당이 절대적으로 우세하지만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석유 소비지역이 미국 대선에서 당락을 결정하는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국제 유가의 상승세를 억제하는 요인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 증가는 주요 셰일오일 생산지대의 하나인 텍사스주 퍼미안이 주도하고 있다. 올해 세계 석유 수요는 예년 수준인 하루 130만 배럴 안팎의 증가가 전망되는 데 비해 미국의 원유 생산은 하루 160만~18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OPEC의 감산이 없다면 미국 원유 생산 증가분으로 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을 충당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 고조로 양국 강경파가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감행할 경우 미국의 군사적 응징을 유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이란 제재를 비난하며 5월 이후에도 일정량의 이란산 원유 수입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과 인도도 해협 봉쇄에는 반발할 수 있다. 이란 자신의 교역물자 역시 대부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도 봉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사실 그동안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한 적은 수없이 많았지만 실행에 옮긴 적은 없었다. 이번에도 이란의 위협은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고 국제사회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봐야 할 것 같다.

이란, 호르무즈해협 봉쇄 못할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와 기업은 이란산 원유의 수입 불허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만일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우선 국내 정유업체와 석유화학업체에는 이란산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수입처 확보가 긴요하다. 정유업체들은 이미 지난해 9월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다른 산유국으로 수입처를 전환해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석유화학업체는 여전히 이란산 초경질원유를 수입해 석유화학용 원료인 나프타를 추출하고 있다. 그 물량은 지난 3월 기준으로 국내 총 원유 수입 물량의 12%에 해당한다. 콘덴세이트라고도 불리는 초경질원유는 이란산이 품질이 좋고 한국 업체들이 보유한 처리 설비에도 적합하므로 수입 대체에 따른 직간접적인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초경질원유를 생산하는 카타르, 미국, 호주 등으로의 수입처 전환과 함께 시황에 따라 원료인 나프타를 바로 구매하는 방법을 병행하는 등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석유화학업체 타격이 큰 문제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한 사격과 미사일 발사로 원유 수송을 교란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 그동안 원유 수입처 다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으나 지난해 기준으로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를 넘는다. 중동에서 수입하는 원유는 거의 전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원유 공급 부족과 더불어 유가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폭등하는 등 국제 석유시장은 일시에 혼란에 빠질 것이다. 한국과 같이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위기 상황까지 고려한 대비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우선 위기 발생 시 민간부문과 협력해 중동 원유의 대체 도입처를 신속히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위기 단계에 따라 석유소비 억제, 석유비축유 방출, 석유제품 수출 조정, 석유가격 통제로 나아가는 순차적인 대응 매뉴얼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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