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사고를 쳤다. 오는 10일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기대되던 상황에서 대중 추가 관세 인상을 예고했다. 속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은 관련 불확실성으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7일 오후 1시1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09% 하락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0.73%의 약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지난 10개월 동안 중국은 500억달러어치의 하이테크 제품에 25%, 그리고 2000억달러 규모의 다른 상품에는 10% 관세를 미국에 지불해왔다"며 "금요일(오는 10일)에는 10%가 25%로 오를 것"이라고 적었다. 또 3250억달러 규모의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곧 물리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 측의 재협상 시도 등 무역협상의 더딘 진행을 추가 관세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언급했다. 미국 측 협상대표들의 언론 인터뷰를 종합하면 중국은 약속했던 지식재산권 보호와 기술이전 강요금지 관련 법률개정에 대해 지난주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 협상력을 극대화하고 중국 측에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특유의 충격요법을 사용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이에 반발해 중국이 고위급 무역협상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전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5.6% 급락했다. 간밤 미국 증시도 하락 출발했으나, 중국이 예정대로 무역대표단을 미국에 보낼 것이란 소식에 낙폭을 줄였다. 다우지수는 0.25% 하락했다.
시장의 기대는 예상대로 오는 10일에 무역협상이 타결되거나, 타결이 지연되더라도 협상기간 관세 부과가 유예되는 것이다. 이 경우 세계 금융시장은 일시적 충격 이후 점차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추가 관세 부과는 미국 금융시장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현실화되기 어렵다"며 "미국이 일본 유럽 등과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분쟁의 전선을 확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까지 가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돌연 취소하는 등 돌발행동의 달인이다. 협상 타결을 마냥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다.
최악은 미국이 오는 10일부터 관세를 25% 인상하는 것에 대해 중국이 보복 관세를 매기고, 미국이 다시 징벌적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나머지 325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로 대응하는 것이다. 협상은 전면 중단될 것이고 세계 경기둔화 우려는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협상이 중단될 경우 코스피의 지지선은 세계 경기둔화 우려가 반영됐던 전저점인 2000선 초반까지 열어둬야 할 것"이라며 "협상이 지연되는 수준에 그친다면 무역분쟁 민감도가 높은 정보기술(IT) 하드웨어와 자동차의 변동성 확대 속에 경기방어 업종이 선전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