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탈헬스케어 기업 아이오바이오 더용 기술고문
30여년 매달린 치과 진단기술
윤홍철 대표 만나 본격 상용화
'운명' 같은 만남이랄 수밖에…
[ 임유 기자 ] “30년 넘게 매달려온 기술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됐습니다. 글로벌 시장 진출 준비를 머나먼 타국 한국에서 하게 됐네요.”
덴탈 헬스케어 기업 아이오바이오의 엘베르트 더요설린 더용 기술고문(68·사진)은 6일 “치과 진단기기 신제품 ‘큐레이캠 프로’는 글로벌 덴탈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이오바이오는 최근 일본, 러시아, 멕시코 등에 수출 계약을 맺는 성과를 올렸다. 하반기에는 북미, 유럽 등에 법인을 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큐레이캠 프로는 치아에 푸른색 가시광선을 쏜 뒤 치아에서 반사된 빛으로 충치, 크랙, 치석 등을 찾아내는 덴탈 진단기기다. 육안이나 엑스레이에 의존했던 기존 방식으로는 찾기 어려운 미세한 치아 손상까지 잡아낸다.
정량광형광기로 불리는 이 기술은 네덜란드 물리학자인 더용 고문이 고안했다. 그는 1980년대 중반 네덜란드 그로닝엔대에서 미세방사선촬영 연구로 박사 과정을 밟던 도중 초기 충치를 빛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93년 진단기기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시제품을 독일의 한 치과 콘퍼런스에서 처음 공개했다. 1996년 미국에서 첫 임상시험을 했고 200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첫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200여 대를 파는 데 그쳤다. 그는 “크기가 너무 커 사용하기 불편했고 가격도 비싸 대부분 연구용으로 쓰였다”고 했다.
2005년 우연한 만남이 반전의 기회가 됐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치과 콘퍼런스에서 만난 김백일 연세대 치대 교수가 정량광형광기 기술에 관심을 보이면서였다. 더용 고문은 2년 뒤 한국으로 건너와 김 교수와 손잡고 다양한 연구를 했다. 기술이 상용화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김 교수는 사업 파트너까지 연결해줬다. 서울 강남에서 치과의원을 운영하던 윤홍철 아이오바이오 대표다.
더용 고문은 “첫 만남에서 윤 대표의 열정에 매료됐다”고 했다. 두 사람은 2011년 아이오바이오를 설립하고 제품 라인업을 갖춰갔다. 2014년 국내에 첫 제품인 큐레이캠을 내놓은 아이오바이오는 지금까지 800여 대의 누적 판매 실적을 올렸다. 올해부터 수출 길이 열리면서 성장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용 고문은 “한국까지 오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며 “운명처럼 만나게 된 아이오바이오가 글로벌 덴탈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