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과 청와대가 20~30대 청년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정·청은 어제 협의회를 열고 청년들의 일자리뿐 아니라 교육·결혼·출산·주거복지·문화·자기계발 등 삶 전반을 복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무총리실은 각 부처에 쪼개진 청년정책을 조율할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더불어민주당은 ‘청년미래기획단’을, 청와대는 ‘청년정책관실(1급 상당)’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청년기본법 제정에도 속도를 낸다는 복안이다.
당·정·청이 청년 문제에 발벗고 나선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권에 등을 돌린 20대를 다독이려는 의도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청년정책을 총괄 조정할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청년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겠다”고 설명한 데 대해, 일각에선 ‘기·승·전 총선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그렇더라도 청년문제를 범정부 차원의 핵심 의제로 삼아 풀어보겠다는 취지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정치적 득실 이전에 청년은 나라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담조직과 자리를 만든다고 청년들의 참담한 현실이 얼마나 개선될지 의문이다. 자칫 청년수당처럼 푼돈 쥐여주기식 땜질 처방으로 치닫기 십상이다. 청와대와 정부 조직만 더 키울 것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그런 식이면 ‘헬조선(지옥+조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며 한탄하고 분노하는 청년들에게는 또 다른 희망고문일 뿐이다.
일할 의욕과 능력은 넘치건만, 청년들 넷 중 한 명꼴로 사실상 실업상태다. 꽉 막힌 일자리 문제를 풀지 못하는 한 그 어떤 청년대책도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여태껏 기성세대가 짜놓은 틀이 저성장 고착화 속에 임금피크가 빠진 정년 연장, 부작용에도 밀어붙인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획일적인 주52시간제, 기득권 귀족노조에만 관대한 ‘친(親)노조 정책’, 파국이 예고된 국민연금 등이었다. 청년들에게 가혹한 환경을 강요해놓고 청년대책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주눅 든 청년들이 어깨를 활짝 펴려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시장과 기업의 활력을 되살려 일자리가 나오게 하는 것 말고 달리 대책이 있을 수 없다. 과도한 간섭과 규제를 혁파해 성장엔진이 다시 돌게 하고, ‘세금 받는 일자리’가 아니라 ‘세금 내는 일자리’가 생겨날 환경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다. 정부는 청년의 분노가 어디서 왔는지부터 헤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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