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ed, 기준금리 年 2.25~2.50% 동결
"인플레이션율 낮아졌지만
목표치 2%로 되돌아올 것"
[ 주용석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일(현지시간) 저물가에 대해 “일시적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저물가를 이유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정면으로 거부한 모양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준금리(연 2.25~2.50%)를 동결한 뒤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율이 지속해서 낮은 수준에 머문다면 우려를 갖고 어떤 정책적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지금의 저물가는) 일시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분기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예상 밖으로 둔화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2%로 되돌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 당장 물가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금리를 내리지는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는 특히 “Fed는 정치적 압력에 반응하지 않는다”며 “단기적인 정치적 고려 사항을 생각하지 않고, 논의하지도 않으며,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릴 때 감안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러면서 “어느 방향이든 기준금리를 움직여야 하는 강한 근거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Fed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인 근원물가(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제외 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 1.6%(전년 동월 대비)에 그쳤다. Fed 목표치(2%)보다 낮을 뿐 아니라 지난해 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물가를 이유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전날에는 아예 “1%포인트 정도의 금리 인하와 약간의 양적완화(시장 유동성 공급)를 한다면 우리는 로켓처럼 올라갈 잠재력이 있다”고 금리 인상폭까지 제시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 필요성만 강조했고,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총대를 메고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요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겨냥해 고성장, 저물가, 저금리 ‘3종 세트’를 띄우고 있다. 미국 경제는 올 1분기 3.2%(전 분기 대비 성장률 연율 환산) 성장하며 시장 예상치(2.5~2.7%)를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선 ‘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추가 금리 인하를 통해 성장률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시장에선 이날 Fed의 금리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에 주목해 한때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기도 했다. FOMC는 통화정책 성명서에서 “전반적인 물가와 근원 물가 모두 하락하며 2%를 밑돌고 있다”고 밝혔다. 직전 3월 성명서에선 “전반적인 물가는 에너지 가격의 영향으로 하락했지만 근원 물가는 2% 부근에 머물렀다”고 했었다. 근원 물가가 Fed 목표치(2%)보다 낮아졌다는 점이 부각된 것이다. AP통신은 이를 근거로 “FOMC 성명서는 향후 기준금리 조정은 ‘인상’이 아니라 ‘인하’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높인 것”으로 평가했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으로 분류되는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은행 총재조차 최근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몇 달씩 1.5%를 밑돌면 기준금리 인하를 분명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저물가를 일시적 현상으로 규정하고 금리 인하론에 급제동을 걸었다. 그 여파로 뉴욕증시와 채권시장은 요동쳤다. Fed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국채 금리는 FOMC 성명서 발표 직후 연 2.26%에서 연 2.20%까지 급락했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후엔 연 2.30% 수준으로 반등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0.61%, S&P500지수 0.75%, 나스닥지수는 0.57% 내렸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건강한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높은 고용률과 일자리·임금 증가세, 강한 소비심리 등을 긍정적인 신호로 꼽았다. 자산시장의 과열 징후도 아직은 없다고 진단했다. 중국과 유럽 경기는 다소 개선됐으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진전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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