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자산화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 지출을 과도하게 자산으로 인식했던 업계의 관행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은 2일 제약·바이오업종 185개 상장사의 개발비 회계처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2018년 개발비 자산화 비율은 평균 16.4%로 전년(19.6%) 대비 3.2%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개발비 자산화 비율이란 연구개발 관련 지출 가운데 자산(무형자산)으로 계상한 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개발비는 신제품과 신기술 등의 개발과 관련해 발생한 비용(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된 비용 포함)으로 미래 경영상 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인식된다. 개발비 자산화 비율이 높을수록 지출을 자산으로 인식한 규모가 크다는 의미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개발비 자산화 비율은 2014년 22.9%, 2015년 23.8%, 2016년 24.3%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17년 19.6%, 2018년 16.4%로 감소세다. 회사들이 이전보다 신중하게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산화 비율이 업종의 평균치를 초과하는 회사의 비중도 2017년 25.4%에서 2018년 15.7%로 감소했다.
개발비 계상 회사수도 2017년 92사에서 지난해 79사로 줄었다. 개발비의 잔액 역시 2017년 1조5500억원에서 지난해 1조3200억원으로 감소했다. 회사별 잔액 수준도 낮아졌다. 개발비 잔액이 100억원을 초과하는 회사 수는 2017년 21사였으나 작년 9사로 줄었다.
개발비 잔액의 감소세에도 연구개발비는 증가세를 이어갔다. 개발비 잔액 상위 30사의 연구개발비는 2017년 8000억원에서 2018년 9100억원으로 늘었으나 개발비 잔액은 같은 기간 1조4700억원에서 1조2800억원으로 줄었다.
개발비 공시수준도 향상됐다. 개발비 잔액이 중요성 금액의 4배 이상인 회사 중 개발비의 자산인식 기준을 구체적으로 공시한 회사의 비중은 작년 64.7%로 전년(50.0%) 대비 증가했다.개발비 잔액이 있는 회사 중에서 개발비 자산인식 기준을 구체적으로 공시한 회사의 비중도 2017년 35.9%에서 작년 51.9%로 늘었다.
개발비를 보유한 79사 중 53사가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감독 지침'의 모범사례에 맞춰 상세내역을 공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34사는 과거 재무제표를 재작성 해 개발비 자산인식 관련 오류를 수정하고 개발비를 감소시켰다.
김정흠 금융감독원 회계기획감리실 실장은 "제대로 된 개발비 회계처리 관행이 정착되면서 제약·바이오기업이 연구개발지출을 과도하게 개발비 자산으로 인식한다는 우려가 대체로 완화됐다"며 "개발비 자산인식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연구개발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으나, 조사 결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