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신임 주중대사의 첫번째 임무가 정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성사시키는 일이다. 시 주석은 6월28~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때 서울을 거쳐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중국 측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방한은 청와대가 가진 몇 안되는 ‘카드’ 중 하나다. 3차 미·북 핵협상을 이뤄내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해야하는데, 김정은은 현재 요지부동이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4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선 아무런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을 통해서라도 김정은을 설득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복안이라는 얘기다. 시 주석은 미·중 무역협상이 마무리되는 6월께 평양을 찾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김정은은 세 차례 방중을 통해 시 주석의 방북을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일본행 ‘루트’에 평양과 서울을 추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장 대사와 최근 신설된 외교부 중국국(局)은 앞으로 약 2개월 동안 중국 외교당국과의 치열한 협상을 벌여야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초대 정책실장인 장 대사를 중국에 보낼 때 그의 전문성에 대한 의문이 일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장 신임 대사는) 과거 중국에서 두 번이나 교환 교수를 했고, 최근 저서가 중국어로 출판되는 등 중국통이다”. 이번 ‘시진핑 방한 프로젝트’는 ‘학출(學出)’ 장 대사가 외교관으로서의 역량을 입증할 절호의 기회다.
남관표 주일 대사 역시 첫 임무를 부여받았다. 난이도를 따지자면, 장 대사보다 곤란함이 더하다.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게 그의 ‘미션’이다. 해방 이래 최악이라고 불릴만큼 난마처럼 꼬인 한·일 관계을 감안하면 남 대사의 임무는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총리 관저 소식통을 인용해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개별 회담을 추진하지 않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201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에도 양국 정상은 까칠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문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가로막는 무언가가 있다”고 했고, 아베 총리는 한·일 청구권협정 준수를 촉구했다. 예상된 시나리오였지만, 그럼에도 두 정상은 만났다. 이런 선례를 감안하면 6월 오사카에서 한·일 정상이 만나지 못한다는 것은 외교적 참사나 다름없다. 게다가 정상회담 개최 요구는 우리측에서 나왔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남 대사의 뒤를 이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입성한 김현종 안보실2차장도 동분서주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성사시키는 일을 맡았다. 지난달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공식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G20 회의에 앞서 5월에도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1일 새로 취임한 나루히토 일왕과의 만남을 위해서다. 청와대는 5월이건, 6월이건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이 허락하는대로 서울을 찾아줄 것을 여러 경로로 타진 중이다. 김 2차장은 ‘2분짜리 한·미 정상회담’의 주역이란 비판에 시달려왔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미국 정상의 방한이 절실하다.
5,6월은 문 대통령의 ‘평화 외교’에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다. 북핵과 관련한 주요 이해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이 때에 우리 역할을 부각시키지 못한다면, 문(文)의 중재·촉진 외교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자격 논란’에 휩싸였던 장하성·남관표·김현종 ‘3인방’이 능력을 입증할 때가 왔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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