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조선 빅3' 싹쓸이 가능성 크지만
中·日업체 추격 만만치 않아
척당 2000억원 규모 60척
10년간 100척 추가 발주할 수도
[ 김보형 기자 ]
올해 글로벌 조선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전’의 막이 올랐다. 발주 규모가 60척에 달해 총수주액이 12조원(척당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LNG선 수주를 싹쓸이해온 한국 조선사의 대규모 수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중국과 일본 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찮다.
카타르발(發) LNG선 호황
1일 업계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은(QP) 최근 한국과 중국, 일본 주요 조선사에 LNG 운반선 발주를 위한 입찰 제안서를 보냈다. QP가 추진 중인 노스필드 가스전(田) 확장사업에 투입할 LNG선이 필요해서다. 카타르는 세계 최대 LNG 생산국으로 전 세계 LNG 생산량의 30%를 차지한다. 카타르는 가스전을 확장해 현재 연 7700만t 수준인 LNG 생산능력을 2024년까지 연 1억1000만t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QP가 21만~26만㎥급 초대형 LNG선 60척 발주에 나선 이유다.
사아드 빈 셰리다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도 “이번 입찰을 통해 확보할 LNG선은 60척”이라면서 “향후 10년 동안 100척을 추가로 발주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QP가 입찰 제안서를 발송한 조선사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 ‘빅3’를 비롯해 중국 후둥중화조선, 일본 이마바리조선 등이 제안서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LNG 운반선 신조선가(새로 제작하는 배 가격)는 1억8500만달러(약 2147억원)다. 계약 조건 등에 따라 가격이 바뀔 수 있지만 60척 발주 시 전체 규모(수주액)는 12조8820억원에 달한다.
한국 조선사, 수주실적·기술력 탁월
과거 수주 실적과 기술력 등을 감안할 때 한국 조선사의 수주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 빅3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QP가 발주한 LNG선 44척을 전량 수주했다. 클락슨 집계 결과 전 세계 LNG선 수주 잔량(남은 일감) 140척 중 73%인 102척을 한국 조선사가 차지하고 있다. 올해 발주된 대형 LNG선 15척 가운데 12척(80%)을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했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작년에도 전 세계 LNG선 발주 중 86%를 수주하며 거의 ‘싹쓸이’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조선사는 신뢰성 면에서 한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작년 6월 중국 후둥중화조선이 만든 LNG선(글래드스톤호)이 호주 인근 바다에서 고장으로 멈춰선 게 대표적이다. 일본 조선사는 모델(모스 타입) 한계 탓에 18만㎥급 이상 초대형 LNG선 건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QP의 LNG선 인도 기간이 짧을 경우 한국 조선사들이 빈 도크(배를 건조하는 작업장)가 없어 수주를 못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대형 LNG선을 짓는 국내 조선 빅3의 도크는 대부분 2021년까지 일감이 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이 처지는 중국과 일본이 저가 수주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조선사 간 ‘제살깎기’ 경쟁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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